[時論]'기업규제 3법' 대응, 상장폐지가 답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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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기업 규제 3법'의 처리 시기를 미루지는 않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는 이튿날인 7일 "그동안 논의할 만큼 했다"고 했다. 기업 규제 3법의 처리에 찬성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이 법안에 반대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마치 2012년 9월 5일 경제민주화를 "정체불명"이라고 한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김 위원장이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맞받아친 그림과 똑같다. 이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미국 보스턴대를 거쳐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지난 6일 질서경제학회가 입장문을 냈듯이 한국 경제학자 다수는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규제 3법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상장을 폐지하는 것(상폐)이다. 상법 개정안은 국민연금과 펀드들에 상장회사 공격 면허를 주는 법이기 때문에 비상장회사는 바람을 덜 탄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15개 기업이 조(兆) 단위 자금을 쏟아부어 자회사 주식을 사들여 자회사의 상장을 폐지했다고 한다. 외부 세력의 경영 간섭이 싫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라는 가면을 쓴 펀드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마다 펀드들의 말도 안 되는 공격에 기업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기업의 의사결정은 늦어진다고 한다.

일본 회사법에는 감사 선임에 3% 의결권 제한도 없다. 상장회사의 주주에게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을 완화해주지도 않는다. 한국에 비하면 기업 천국인데도 상폐가 시도된다. 모자회사 상장은 자칫 전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자회사의 상장이 위험한 것은 지주회사 체제로 돼 있는 한국이 더하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3월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공격을 받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1조6154억원에 불과했다. 한진칼을 공격하면 그 자회사로 시총이 5조9841억원이던 대한항공 등 계열사 25개가 흔들린다. KCGI 등 3자연합은 아직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업 규제 3법의 통과를 외치는 이들은 기업에 국민이 투자한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간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 간섭권이 투자 비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액을 투자했으면 그 분량만큼 간섭권을 부여하는 게 정상인데, 법률은 소수주주권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상의 간섭권을 부여한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더 주어야 한다고 우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상장기업은 사회의 '공공재'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꼴 안 보려면 상장을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실제로 상장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만 받을 뿐 얻는 혜택도 별로 없다. 좋은 기업이 많이 상장돼 주식 투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면 서민들이 돈을 모으는 데도 한몫한다.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한국 대기업의 상장을 강제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렇게 못살게 굴면 상폐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 싶다.

상장하지 않아도 잘나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부영그룹이다. ㈜부영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매출액 대비 기부금 1위인 기업이다. 그동안의 사회공헌 활동을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지만 이미 누적 8600억원을 기여했다. 채산성이 없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외 다른 건설사는 전혀 하지 않는 임대주택사업으로 서민임대아파트 22만가구를 건설했다. 우정문고를 설립해 광복에서 6ㆍ25전쟁 발발 전야까지 1775일간의 격동기를 기록한 역사서 '광복 1775일' 등 많은 양서를 출판했다. 전남 순천 사람 이중근 부영 회장은 경남 창원의 창신대를 인수해 신입생 전원에게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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