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정유업계가 원유 정제공장 가동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70%대까지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울산에 위치한 공장 가동률을 70%대까지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가동률을 83%까지 낮춘 적은 있지만 70%까지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 가동률을 낮춘 것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원유 정제공장은 설비 특성상 가동을 시작하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유 등 모든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 판매량이 많은 제품만 뽑을 수 없기 때문에 시황이 안 좋을 때는 가동률을 낮춰 재고를 줄인다. SK에너지는 2주마다 시황을 면밀히 검토해 가동률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가동률을 높이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석유 수요 급감으로 정제마진이 계속 하락하자 글로벌 정유업계가 가동률을 낮춰 위태롭게 대응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정유 4사의 평균 가동률은 70%대로 떨어졌고, 더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정유사들도 가동률을 낮췄다. 미국 전체 정제공장 가동률은 77.1%로 전년 동기(83~85%)보다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중국의 국영 정유업계(시노펙·시누크·페트로차이나) 역시 가동률을 높였다가 최근 73.6%로 떨어뜨렸다.
전 세계 정유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공급이 줄어들자 정제마진이 소폭 개선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0.5달러 오른 2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약세가 맞물려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은 쉽지 않다"며 "경제활동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정유 부문의 실질 영업이익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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