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대섭 기자, 김철현 기자, 문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오늘 내일 문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가 기업규제를 몰아붙이고 있다. (기업들이) 숨 쉴 틈을 줘야 하는데 너무 지나치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은 24일 정부의 연이은 기업규제 입법 추진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서 부회장은 전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야당 대표를 만나 기업 현장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서 부회장은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것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기업 경영이 활성화되고 잘돼야 결국 중소기업도 잘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이 어려울 때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을 옥죄고 있는데 뭐가 급해서 자꾸 기업규제법을 내놓고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가 몰아치는 기업규제로 멘붕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B2C(기업·소비자 거래) 중견기업 관계자는 "증권 관련 업종에서만 적용하는 집단소송법을 기업활동 전 분야에 걸쳐 적용한다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며 "기업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개별 법률로 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포함하는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법적 리스크 등 기업 부담이 늘어날 텐데 자체 대처 능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에는 그만큼 비용부담과 경영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50인의 소비자 혹은 가맹점주의 주장만으로 이슈화가 돼 법적으로 주장의 사실관계가 가려지기도 전에 기업에 심각한 이미지 훼손과 경제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e커머스 업계를 비롯해 네이버 등 판매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자칫 집단소송법 등이 일부 판매자들에 의해 악용될 경우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늘고 있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잦은 소송에 발목이 잡혀 경제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공정위 등 기존 장치들이 있는데 판매자들의 소송이 이어지면 두 번 규제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악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업의 성장이나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중소기업들은 법률적 대응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블랙 컨슈머, 악의적 고발자들로 인해 기업의 혁신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의 규모 등에 따라 차등화시킨다든지 중소기업에 법률 지원이나 피해 보험 가입, 교육 등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으로 법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을 '기업 옥죄기 3법'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하고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면서 기업 경쟁력 확보를 고민하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반대로 정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계는 조만간 여당 대표와의 만남도 추진할 예정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10개 중에 4개가 대기업에 납품을 의지하고 있고, 이 기업들 매출의 80%는 대기업으로부터 나온다"며 "큰 기업들이 투자 방향 잃고 휘청이면 협력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는 것이고, 수많은 협력 중소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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