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만든 불화수소 등 반도체용 고순도 가스에 대한 국가 공인 품질평가가 시작된다. 국산 소재에 대한 공신력 있는 평가와 이에 따른 비교 분석이 이뤄지면서, 일본으로부터의 기술 자립화에 한걸음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품질평가 결과를 토대로, 국산 소재를 활용하게 되면 세계 시장 진출에도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국산 반도체용 고순도 가스 소재에 대한 품질평가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분석장비 8억원, 시설 구축비 7억원 등 긴급 자체 예산 15억을 활용해 실험실을 완공했다.
연구원은 국산 불화수소부터 품질평가를 시작한다. 불화수소의 품질평가는 불순물을 측정해 순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실린더에 들어 있는 액체상태의 불화수소를 기체화해 가스의 조성을 분석한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와 푸리에변환 적외선분석기(FTIR)를 이용해 10여 종의 기체상 불순물을 분석하고, 유도결합 플라스마 질량분석기(ICP-MS)로 20여 종의 금속성분 불순물을 분석해 최종 순도를 결정한다.
연구원에서 불화수소 표준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오상협 가스분석표준그룹 책임연구원은 "이번 품질평가 결과가 나오게 되면 공신력 있는 첫번째 평가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고순도 불화수소의 품질(순도)는 비교할 방법이 없었다. 업체별로 검증법이 달라, 순도를 비교 분석할 공신력 있는 평가법이 필요했다. 특히 일본산 소재에 대한 평가도 어려웠다. 전략 물품인데다, 분석에 따른 장비 공수 등 비용 문제로 인해 개별기업이 품질을 평가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세정과 식각공정에 사용된다. 반도체의 제조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순도의 불화수소가 필요하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쇼와덴코, 모리타, 스텔라 케미파 등 일본업체에서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산 소재의 품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불화수소 평가를 시작으로 이 평가에 대한 표준 시험절차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한다. 또 20여 종의 가스 소재에 대한 분석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숙련도 시험도 진행한다.
박현민 원장은 "2019년 하반기부터 ‘일본 수출규제 적극대응 위원회’를 운영하며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신뢰성 평가기술 등을 지원해 왔다"며 "연구원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의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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