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미국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현황에 대한 주장이 연이어 나오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미국이 대북 핵공격 옵션을 고려한다는 대북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차장은 17일(현지시간) 미 국방대학교 대량살상무기 연구센터가 주최한 화상 심포지엄 연설에서 북한이 적은 수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수백개, 수천개의 핵무기를 만들어왔고 중국도 미국과 미 동맹국들에 도전하는 강력한 핵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한 뒤 북한을 거론했다. 하이튼 차장은 북한의 핵무기 역량과 관련해 '소수'(a small number of)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진 않았다.
미 육군은 이미 지난달 말 발간한 대북 대응작전 지침 보고서에서 북한이 20개에서 6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해마다 6개의 새로운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이어가면서 '핵탄두 소형화'에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패널은 "침투지원 패키지와 같은 기술적 향상을 이루거나 잠재적으로 다탄두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한 회원국의 평가도 보고서에 기재했다.
침투지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무기가 표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방공망을 뚫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말한다. 핵탄두는 작을수록 미사일의 전체 중량이 줄어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그 때문에 핵탄두 소형화는 '대기권 재진입'과 더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확보했다는 부분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국 내부에서부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면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노골적으로 정당화 시키려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사진)은 14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해 만든 이 작계에 핵무기 사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 어떤 작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작계 검토가 필요하든 미 전략군은 명령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의 성능 개량 계획과 운용 상황 등을 상세히 공개하기도 했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 장거리 폭격기(B-52HㆍB-2A)를 말한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대 400발의 LGM-30G 미니트맨-3은 3대 핵전력 가운데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ICBM 사일로(지하격납고)에서 발사되면 최대 마하 23의 속도로 30분 남짓이면 북한 상공에 도달한다. 무게 36t, 지름 1.67m, 3개의 고체 추진 모터, 사거리 9600여㎞, 속도 마하 23이 기본적인 제원이다.
미 국방부는 14척의 오하이오급(수중배수량 1만8000t급) 전략핵잠수함(SSBN)을 2030년 초부터 컬럼비아급(2만810t급)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상 3대 핵전력 가운데 생존확률이 가장 우수하다. 오하이오급 14척은 폭발력 100kt(1kt=TNT 1000t의 폭발력) 위력의 탄두 8발이 들어있는 SLBM(트라이던트-2 D5) 최대 20발을 탑재한다. 사거리 1만3천㎞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각각 8∼12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가 들어 있다.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보다 1000 배 이상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46대의 B-52H(스트래토포트리스)와 20대의 B-2A(스피릿)으로 폭격기도 있다. 핵무기와 정밀 유도 재래식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는 2040년 이후에도 운행될 예정이다. 전략목표 타격과 근접 공중 지원, 공중 요격, 대공 및 해상 작전 등을 수행할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습 작전(사막의 폭풍) 때 연합군이 투하한 무기의 40%를 수송했다.
B-52 2대는 2시간 만에 36만4000㎞의 해상을 감시할 수 있다. 한 번 출격하면 공중급유를 받지 않고 1만4000㎞ 이상을 비행한다. 1996년 9월 바그다드 공격 때는 미국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34시간, 2만5000㎞를 왕복 비행했는데 전투 임무를 위한 최장 비행거리로 기록됐다고 미 국방부는 설명했다. 2003년 3월 21일 이라크 공격 작전(이라크 자유작전) 때 B-52 폭격기들이 야간에 100발의 공중발사순항미사일(CALCM)을 쏘았다. 날개 길이 56.4m, 전폭 12.4m, 최대이륙중량 21만9000㎏, 무장탑재량 31t, 속도 마하 0.84 등이 기본적인 제원이다.
미 국방부는 2020년 중반부터 B-2A를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B-21 레이더(Raiderㆍ습격자)로 교체할 예정이다. 신형 장거리 스탠드오프(LRSO) 순항미사일과 재래식 폭탄 등을 탑재하고, 자체 방어용으로 첨단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가 B-2의 유일한 작전 기지다. 2009년 2월 1일 공군의 최신 사령부인 지구권타격사령부로 B-2A 운용 임무가 이관됐다.
미 국방부는 "B-2는 과거 미주리주 기지에서 코소보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가 왕복 8주 동안 세르비아 내 목표물의 33%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항구적 자유 작전을 지원하고자 화이트맨 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장 긴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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