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이 효과 없다는 지역화폐, 정치인들 왜 고집하나

정치권, 민심 달래기 활용…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이지사 비판 도 넘어"
경제 학계 "특정지역 소비만 늘어…소비자 후생은 되레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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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원다라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촉발된 지역화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국민 편익도 없고 경제 실익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 지역 경제 활성화로 민심 달래기= 최근 조세연과 이 지사의 논란에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내년 예산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9조원)보다 1.7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거나, 이를 줄이자는 의견은 극히 소수다. 지역화폐가 지역 민심 달래기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이 지사발 지역화폐 논란과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상인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해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거꾸로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대단히 비판적인 보고서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에 보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그 정도"라며 "그만한 이야기도 못하면 이거 완전히 사람들 입을 막고 살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재명 지사님, 이번에도 너무 심하셨다"며 "지역화폐가 단순한 상품권이 아닌, 지역 내의 현금 흐름을 강화하는 새로운 대안화폐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 소비만 증가… 소비자 후생은 감소= 학계에서는 지역화폐가 특정 지역과 업종에 국한돼 국가 전체 경제적 측면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조세연 연구원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한 지역에서만 소비하면 여타 근접 지역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사용처가 제한돼 소비자의 후생을 제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세금을 쓸 때에는 지역주의가 아닌 국민경제 이득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연도 지역화폐의 경우 기존에 쓰려던 현금을 대신 사용하며, 다른 상품권 대신 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할 소비를 해당 지역 내에서 소비하면서 추가 소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두 지역의 사회 후생은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보다 모두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20%를 제외하고는 음식점, 숙박, 의료에 치중돼 특정 업종만 살아난다"며 "지역화폐 발행이 실제 추가 소비로 이어졌는지도 분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정확한 경제적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했을 때 보조금을 주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실제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소비 수요만 이동시킨 것이기 때문에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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