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달라진 채용 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개 채용 폐지 및 수시·경력 채용 비중 확대와 언택트(Untact·비대면)'로 요약된다. 한 번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씩 뽑는 공채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경력을 앞세워 전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경험이 전무한 대졸 공채를 채용해 '될 성 부른 나무로 키우기'보다는 현업에서 인턴 기간을 거쳐 '될놈될(될 놈은 된다)'을 선발하려 하는 경향도 코로나19 이후 대기업 채용의 변화상이다.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진 셈이다. 채용 전형이 시작부터 끝까지 언택트로 속속 바뀌는 점도 코로나19가 낳은 특징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가운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포스코·롯데·CJ·LS그룹 등에 불과하다. 이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공채를 채용하기로 하고 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그룹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채용 트렌드를 계속해서 역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지난해 이미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시행 2년 차를 맞아 내부적으로 유연한 채용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올해 들어 한화·LG그룹이 공채를 없앴으며 SK그룹은 2022년 말까지 단계적 축소 및 완전 폐지를 선언했다. KT는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정기 공채를 없애는 대신 인턴십을 거친 뒤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수시 인턴 채용 제도를 마련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국면에서 공채를 통해 특정 시기에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운용 효율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담당 부서에서 직접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게 효율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고용시장이 경력 채용으로 치우치면서 대졸 신입의 설 자리가 부족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국을 보면 공채 시스템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수시나 경력 채용이 일반적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중소기업에 취업해 성과를 내면서 경력을 쌓거나 인턴십을 활용하는 등 경력을 어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정책팀장도 "코로나19 이후 기업 고용 형태가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가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술 변화가 빠르고 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채로 뽑은) 100명보다 똑똑한 1명을 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도 채용 방식에는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20개 계열사를 포함해 연간 1만여명을 공개 채용한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 중인데 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전격 전환했다. 언택트 선호 추세를 감안해 상시화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인적성 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LS그룹 공채의 특징은 언택트를 넘어 온라인을 통해 더 활발히 소통한다는 취지의 온택트(Ontact) 채용 방식 도입이다. 채용 상담은 물론 인공지능(AI) 역량검사, 실무 면접 등 채용 전형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가장 달라진 채용 문화를 꼽으라면 단연 언택트다. 필기나 면접뿐 아니라 채용 박람회까지 온라인상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은 더 이상 일회성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7일부터 3주 동안 280여개 부품 협력사가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 채용 박람회를 처음으로 실시한 것도 하나의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온라인 박람회 종료 이후에도 해당 홈페이지를 일부 개편해 부품사 등 자동차 관련 기업의 상시 채용 정보를 구직자에게 연중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 시대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채용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