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산업의 구분이 사라지고 구독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국내 양대 포털의 수장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10년 뒤 IT 산업의 미래를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뛰어넘는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을 예고한 것이다.
한 대표는 11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공개한 축하영상에서 "지금까지는 인터넷이라는 게 새롭게 떠오른 혁신 산업, 특이하고 '긱'(geek·괴짜)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IT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단계로 넘어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인기협의 회장을 맡고 있다.
한 대표는 인터넷산업과 전통산업 간의 '융합'에 주목했다. 그는 "인터넷산업이라는 이름의 구분도 없어지고 무엇이든 인터넷과 IT가 기본이 되는 속에서 다양한 산업이 함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인터넷'이 특별한 사업영역으로 여겨졌지만 PC환경이나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제조업,유통업,교육 등 모든 산업이 인터넷을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 공동대표는 10년 뒤 인터넷산업의 키워드로 '구독경제'와 '콘텐츠'를 꼽았다. 구독경제란 이용자가 매달 또는 매주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 받는 것을 말한다. 여 공동대표는 "'올드 이코노미'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와 가전에서도 '구독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실제 기업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구독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 공동대표는 IT산업이 구독경제 활성화를 견인했다고 봤다. 그는 "구독 플랫폼의 눈부신 발전이 (구독경제의 발전)을 견인했다"면서 "수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창작 의지를 펼칠 '플랫폼'이 잘 준비가 됐던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Daum)을 통한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 공동대표는 '콘텐츠' 역시 IT산업의 미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하면서 넷플릭스, 픽코마(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소비가 성장했다"며 "웹소설·웹툰, 이런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영화 등이 확장하고 K-콘텐츠 관심도 글로벌하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확대될 기반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와 여 공동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 지향점에 대해서 각각 'SME(중소사업자)'와 '글로벌화'를 꼽았다. 한 대표는 "네이버는 다양한 창작자와 사업자,이용자들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면서 "최근에는 SME들의 디지털전환을 돕는 툴(도구)들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ME는 검색광고가 큰 수입원인 네이버에게 큰 광고주이기도 하다. SME 비즈니스가 잘되면 광고와 검색 데이터가 늘면서 네이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다.
여 공동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화'를 과제로 삼았다. 그는 "인터넷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는 화두는 '글로벌화'"라고 말했다. 미국ㆍ일본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그간 국내에서의 성과 만큼 해외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10주년 등 시즌2를 맞은 카카오는 향후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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