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하룻밤새 21% 폭락이라뇨.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속이 하얗습니다."
테슬라에 투자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테슬라가 미국 증시에서 하루만에 20% 넘게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550억달러(65조5000억원)나 증발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스닥 기술주들의 조정도 깊어지면서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4.11%(465.44포인트) 떨어진 1만847.69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최근 3일 연속 급락하며 3일간 10% 넘게 하락했다. 나스닥은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넘어섰지만 이내 하락하며 1만1000선도 내줬다. 그동안 나스닥의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끌었던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테슬라는 21%나 하락하며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애플은 6.7% 빠졌고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각각 4% 넘게 하락했다.
문제는 이들 종목에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집중돼 있어 손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4억8930만달러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애플(2억5091만달러), 엔비디아(1억5726만달러), 아마존(1억2880만달러), 페이스북(2601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유별났다. 7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15억6424만달러어치 사들이며 가장 많이 순매수했는데 이는 상반기 전체 테슬라 순매수 규모(4억7011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테슬라 주식 순매수액은 7월에 7억6149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8월(3억1398만달러)에 잠시 주춤했으나 이달 들어 벌써 4억9000만달러 가까이 사들였다. 개인들은 테슬라의 액면 분할과 최근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주가 폭락은 S&P500지수 편입 불발, 경쟁사인 니콜라의 제너럴모터스(GM)와의 투자협약 등 악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하락하며 조정장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외에도 애플 등 IT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기술성장주의 하락은 금리나 물가로 잡아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지금과 같이 이벤트가 하락을 만든 경우가 많다"면서 "월말 리스크 요인도 남아있고 대주주 과세요건 강화도 10월 초에나 결론이 날 예정이며 이격도도 여전히 높아 하락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10월 중순부터는 백신 스케줄이 명확해질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베팅도 본격화되는 한편 기술성장주 과열도 어느 정도 조정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도 불구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가 올해 대규모 주식 순매수를 보인 원인 중 하나는 높았던 주식시장의 상대 기대수익률"이라며 "국내 개인 자금 유입 속도는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둔화가 예상되며 국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 주식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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