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누아르 대가 천무성 비인두암으로 별세

영화 '천장지구'·'성룡의 CIA'로 국내서도 많은 사랑 받아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을 연출하는 천무성 감독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을 연출하는 천무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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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누아르 영화 ‘천장지구’를 연출한 천무성(陳木勝·진목승) 감독이 23일 별세했다. 향년 58세.


애플데일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천 감독은 지난해 영화 ‘누훠(怒火·분노의 불)’를 촬영하다 몸이 불편해 찾은 병원에서 비인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6개월여 투병 끝에 이날 세상을 등졌다.

1961년 홍콩에서 태어난 천 감독은 홍콩 누아르 영화의 거장 두치펑(杜琪峰·두기봉)으로부터 연출 수업을 받았다. 촬영, 시나리오, 편집 등을 두루 섭렵하고 스물네 살의 이른 나이에 TV 시리즈를 감독했다.


영화 데뷔작은 ‘톈뤄유칭(天若有情·1990)’이다. 총알과 화염이 난무하는 액션 누아르 영화들 속에서 드물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액션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천장지구’라는 이름으로 개봉해 흥행했다. 심금을 울리는 연인의 애달픈 이야기와 폭주하는 액션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류더화(劉德華ㆍ유덕화)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우첸렌(吳?蓮ㆍ오천련)을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영화 '천장지구' 스틸 컷

영화 '천장지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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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감독은 화려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영상미를 앞세워 강렬한 메시지와 세밀한 액션 라인을 보여줬다. ‘천장지구2(1992)’, ‘선학신침(1993)’, ‘첩혈쌍웅2(1995)’, ‘노화가두(1996)’ 등이 대표적인 예.

1998년에는 ‘성룡의 CIA’를 연출해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듬해에는 ‘젠 엑스 캅’으로 테크노 액션이라는 새로운 영역도 구축했다. 이밖에도 ‘BB 프로젝트(2006)’, ‘남아본색(2007)’, ‘커넥트(2008)’, ‘화이트 스톰(2013)’, ‘위성:영웅들의 귀환(2016)’ 등을 연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작이 된 ‘누훠’는 전쯔단(甄子丹ㆍ견자단)과 셰팅펑(射霆鋒ㆍ사정봉)이 주연한다. 지난해 말 완성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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