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정부가 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수도권에 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의 초기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공공재개발이 지지부진한 구역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반면 공공재건축은 강남·북할 것 없이 외면받는 상황이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9월 공공재개발 공모를 앞두고 서울시내 20곳여곳의 구역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개발이란 SH공사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임대주택을 늘리는 조건으로 용적률 상향, 인허가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공공재개발은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추가분담금 여력이 적은 구역에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실제 지난 13일 동대문구청에서 진행된 공공재개발 설명회에는 전농8ㆍ9ㆍ12구역, 청량리6구역, 제기6구역, 답십리17구역 등 50여명 이상의 주민이 참석했다. 설명회 후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질문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전농9구역의 한 주민은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가치가 1억~2억원 차이가 난다"면서 시공사 선정 방식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SH공사측은 "시공사와 브랜드 선택은 민간이나 공공이나 모두 주민들의 몫"이라며 "(공공재개발 시)건축 수준이 나빠진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임대비율 역시 관심사였다. 임대물량은 조합원분양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50%라는 것이 SH공사측 설명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시공사 선정 절차, 구체적인 임대비율, 추가분담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초기 단계 구역 주민들은 비교적 긍정적 반응이었다. 구역지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농9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임대가 조합원 분양분 제외한 물량의 50% 수준이라면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까지 서울시에 공공재건축에 대한 관심을 밝힌 곳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공공재건축이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으로 공공 참여 시 층고 제한을 기존 35층에서 50층까지 풀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 주택 수를 최대 2배 정도까지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때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는 공공주택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전문가들은 노후 단지들이 공공재건축에 시큰둥한 배경으로 약한 유인을 꼽는다. 공공재건축은 공공재개발과 달리 분양가 상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유지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을 진행하더라도 이익이 크지 않고 주상복합을 택해 용적률이 높아지더라도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택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나홀로 아파트 등 일부 구역 제외하면 이 방식을 택할 단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이를 우려해 주택공급 TF에서 공공재건축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제시한 주택 수는 5만가구다. 이는 서울의 추가 주택공급 총량 11만2000호의 45%에 이른다. 공공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을 시 정부가 계획한 수도권 주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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