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중국의 달러 패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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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말하며 세계 패권국가가 발행해 왔다. 고대에는 그리스에 이어 로마가 발행했고, 20세기 들어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화에 기축통화 자리를 내주었다.


일반 무역거래 결제는 물론이고 뉴욕, 시카고, 런던, 두바이 등 국제적 상업거래소 등 세계 선물시장에서는 달러로 가격을 책정하고 달러로 결제한다. 2019년 전 세계 국제거래의 90%가 미 달러화로 결제되고, 외화 지불을 위해 전 세계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 준비금의 약 60%가 미 달러화다. 전 세계 거래 결제에서 중국 위안화의 비중은 2%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 지위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은 30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하면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미 달러 패권의 근간이 되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흔드는 것이다. 10여년 전 중국은 자국 위안화의 국제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미국의 견제로 주춤했다가 최근 미ㆍ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왕 틈이 벌어진 김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로 방침을 굳힌 듯하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중국은 중동 석유 생산국가들과 달러 결제에서 탈피할 궁리를 시작했다. 3년 뒤인 2012년 중국은 이란산 원유에 대해 위안화로 결제했다.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제재를 이유로 들었지만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한 중국의 의도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의도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대단히 불쾌하게 받아들였고, 미국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환태평양경제공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에 주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2015년부터 중국은 자국에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거래소 개설에 착수했고, 2018년 상하이 국제 에너지거래소(INE)를 열었다. INE는 외국인 투자가에도 개방된 중국 최초의 파생상품시장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고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무역규제를 가한 시점이어서 개장 휴업 상태를 지속했다. 이달 중순 전 세계 2위 석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로부터 구매한 300만배럴의 이라크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함으로써 중국은 더 이상 미국 눈치를 보지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공표한 셈이다.

미국이 가장 아플 수 있는 부분을 찔러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꾸도록 유도해 내겠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미ㆍ중 관계가 악화되면 수출 부진으로 달러 확보가 어려울 것이고 에너지, 원자재, 식량 등 수입 차질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 기반을 미리 만들고자 했을 수 있다. 3조달러 내외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외환이 부족할 수 있고, 미국이 달러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면 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 극복 이후 상당 기간 중국은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15%, 14조달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갖춘 중국이 20조달러 경제력을 지닌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구매력(PPP) 기준으로는 중국의 GDP가 미국을 이미 능가했다. 미국이 무역과 기술, 지식재산권(IP)에서 중국을 견제하더라도 중국은 세계 최대가 될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더 이상 달러 패권 도전을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마지막 대미 카드가 될 것으로 간주되던 달러 패권 도전 카드를 중국이 내보임으로써 미ㆍ중 간 '강 대 강' 구도가 확실해지고 있으나 중간에 낀 우리나라의 입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걱정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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