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소리 지우는 것" 민주당 여가위 폐지 추진, 여성 지지자들 '이탈'

민주당, 여가위 폐지 추진…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로 변경
20·30 여성 지지자들 '분통'…이탈 움직임도
여성단체 "정치서 여성·젠더의제 지우려는 작업 당장 중단하라"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 등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정재 의원 사무실에서 '상임위 청문회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 등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정재 의원 사무실에서 '상임위 청문회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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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호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일하는 국회법'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를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20·30 여성들의 이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젠더 감수성 부족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여가위 통폐합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우고 대책 마련 등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5일장으로 치러진 박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장례 절차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부터 시작된 여성 지지자들의 분노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처한 만큼 실망감이 더욱 크다는 주장이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여가위를 폐지하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그 기능을 넘겨,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겸임 상임위인 여가위를 통폐합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2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다시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면서 "당 소속 의원들의 성범죄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면서, 여가위마저 없앤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여가위가 겸임 상임위라는 핑계로 문체위와 통합한다는 것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면서 "민주당이 그냥 여성 의제에 대해서는 귀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밖에는 안된다. 이런 당을 지지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지지자들은 자신의 SNS 및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며 여성들 표 얻어가더니 정작 민주당은 여성 문제 싹 지우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나", "취지는 그럴싸하지만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가 얼마나 여성 의제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겠나. 실망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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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지자들의 이탈 움직임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4.8%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대비 3.9%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4.5%포인트 오른 51.0%로 나타났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차이는 6.2%포인트로 오차 범위 밖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여성과 30대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긍정 평가율은 전주보다 6.6%포인트 하락한 44.1%, 30대의 긍정평가율은 14.4%포인트 하락한 42.6%로 파악됐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시점에서 일하는 국회를 핑계로 여가위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자가당착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은 즉각 여가위 폐지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또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잘못된 뉴스이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일하는 국회를 위해 여가위를 없애고 문체위에 통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성폭력, 성 평등 문제, 젠더이슈는 2020년 현재 가장 중요한 전선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척도가 바로 성평등 이슈일 수밖에 없다"면서 "여가위가 겸임 상임위여서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상임위가 잘 안 열린다면 여가위를 '겸임' 상임위가 아니게 만들면 된다. 같은 논리로라면 국가안보를 다루는 정보위, 예산·결산을 다루는 예결위는 왜 다른 위원회와 통합하지 않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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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도 여가위 통폐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주당 여가위 관계자는 "일하는 국회법 발의 때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며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추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고 했다.


한편 여성단체는 여가위 폐지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겠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여가위 폐지 추진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 최소한으로 젠더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가위를 없애자는 발상은 세월호 사건 이후 해경 해체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여가위가 단독 상임위로 격상돼도 모자랄 판에 여가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편입시키면 여성·젠더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의원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 다수가 성인지 관점을 결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여성·젠더 의제를 다루는 여가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여성·젠더문제를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여가위를 폐지하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소외되고 있는 수많은 정치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여가위 폐지는 여성 시민들에게는 '일하는 국회'가 아닌 '일하지 않는 국회'일 뿐"이라며 "정치에서 여성·젠더의제를 지우려는 작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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