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너 MBTI 뭐야?", "MBTI는 과학입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최근 지인과 만나면 안부보다는 MBTI 유형에 대해 먼저 묻는다. 정씨는 "나는 ISFJ 유형인데, 내 주변에 같은 유형인 지인들이 있으면 너무 반갑더라. 신기해서 서로 말하다 보면 통하는 구석도 꽤 많고, 더 친밀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 MBTI 유형 특징을 찾아보면 나와 잘 맞는 점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MBTI도 궁금해지는 것 같다"며 "또 요즘 MBTI 관련 콘텐츠가 많이 나오다 보니 내 MBTI 유형을 모르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가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가늠했던 과거와는 달리 젊은층은 MBTI 검사를 통해 타인과의 궁합을 맞춰본다. 검사가 인기를 얻자 MBTI 유형 별 티셔츠, 폰케이스 등 관련 굿즈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MBTI 검사 결과에 대한 맹신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BTI 검사는 성격 검사의 일종이다. 여러 문항의 답변을 종합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예컨대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ISFJ라면 '내향형+감각형+감정형+판단형'이다.
'ISTP' 유형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모(27)씨는 MBTI 검사를 신뢰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구체적이다. 성향을 하나로 꼽아주는 게 아니라 4가지 섹션으로 나눠서 규정해주다 보니 아무래도 신뢰가 간다"면서 "또 MBTI 유형별 특징과 친구들의 실제 성격을 비교해보면 MBTI 결과와 친구들의 성향이 잘 맞아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MBTI 유형별 궁합'을 종교급으로 믿는 편"이라며 "성향이 좀 안 맞는 친구와 MBTI를 맞춰보면 매번 상극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ENTP' 유형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한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처음에는 결과 검사를 믿지 않았다"면서도 "가만 보면 내 성향과 결과가 다수 일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ENTP' 성향이라고 말하면, 내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상대방도 이해하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좀 편리한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스트 결과를 놓고 사람의 유형을 정하는 것은 인간의 다양한 성향을 좀 무시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MBTI 검사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해당 검사는 무료인 데다 검사시간도 짧기 때문에 10·20대 사이에서는 소소한 재밋거리로 다가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MBTI 타입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모습', '누가 나를 놀릴 때의 반응', '팀플 스타일' 등의 파생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ENFP' 유형이라고 밝힌 또 다른 직장인 김모(28)씨는 "가끔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MBTI를 찾아본다. MBTI 별 성향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되더라"고 말했다.
미디어에서도 MBTI 검사는 인기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 비가 MBTI 검사를 하는 모습이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유재석은 ISFP, 이효리는 ENFP, 비는 ESFP 유형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자신의 MBTI 유형을 팬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지난 3월 MBTI 타입을 묻는 팬들에게 "INTP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팬들은 해당 MBTI 유형의 특징을 찾아보기도 했다.
일각에선 MBTI를 맹신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I(내향형) 유형을 가진 이들을 보고 내성적이기 때문에 사교성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E(외향형) 유형을 가진 이들은 활발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것 같다는 식이다. 이는 자칫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는 MBTI 검사를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 검사는 자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검사 결과에 개인차가 존재할 수 있어 자신이 속한 심리 유형이 자신을 모두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적성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인 경우에는 심리 검사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자기 이해에 대한 참고용으로는 사용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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