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차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전하는 명품(럭셔리) 브랜드들이 미국, 유럽 물량들을 한국 시장으로 보내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명품을 찾는 수요가 감소했지만, 유독 한국은 '명품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에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주요 국가'로 삼고 신제품, 재고 등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18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펜디는 올해 봄여름 시즌 '바게트백' 국내 물량이 동나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물품을 공수했다. 국내에는 색상과 사이즈에 따라 10개씩 한정해 수입했는데 판매 속도가 예년보다 빠르자 이탈리아 본사가 미국, 유럽에서 물량을 빼 한국에 배정했다. 까르띠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의 신상품 및 재고 입고 순위를 앞으로 변경했다. 이전에는 미국, 홍콩, 유럽, 중국 중심으로 우선 재고 배치가 이뤄지고 한국은 후순위였다.
고가 신상품을 한국에 먼저 공개한 브랜드도 있다. 티파니앤코는 지난달 전 세계에 단 3개 출시된 2억3000만원 상당의 '티파니 T1 다이아몬드 초커 네클리스'를 한국에 먼저 입고했다. 진열 즉시 판매됐다. 세계 최대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의 취소로 파텍필립, 쇼파드 등 일부 브랜드의 수억 원대 고가 제품도 한국에 먼저 소개된다.
샤넬은 면세점으로 배정해놨던 발주 물량을 백화점으로 돌리고, 백화점 매장에 면세점 직원을 전진 배치해 응대 직원을 늘렸다. 샤넬은 지난 3~5월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브랜드들이 물량을 한국시장으로 넘기는 배경에는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이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국내 명품 수요는 계속 증가 추세다.베인앤드컴퍼니가 이탈리아 명품 생산업체 연합인 폰다치오네 알타감마와 공동 작업한 '2020 상반기 럭셔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명품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모니터 역시 올해 세계 명품 시장은 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올해 한국 명품 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은 상품군"이라며 "매달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명품 판매처인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백화점의 1~5월 명품 카테고리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9.0%, 17.7%, 23.0%, 13.0% 증가했다. 구매건수도 전년대비 10% 이상 신장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국가들이 오프라인 유통망 폐쇄라는 강경한 정책을 가져갈 때, 한국은 비교적 유통에 영향이 없었다"면서 "한국은 해외 브랜드들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면세점 채널은 타격을 받았지만, 내수 명품시장은 고액순자산보유자를 포함한 소비층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탄탄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2030 소비자들이 과거 대비 폭발적인 구매 빈도를 보이고 있어,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세대들보다 강한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 1~5월 롯데백화점 내 연령대별 명품 구매 추이를 보면 20대와 30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5.6%, 31.8% 늘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