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케이블TV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1995년 본방송 시작 후 'CSI'나 '섹스앤더시티' 등 미국 인기 드라마를 공급하는 다채널 플랫폼으로 각광받아왔지만, 모바일과 구독형 기반으로 변화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안주해 완전한 올드미디어가 됐고 사실상 플랫폼 시장에서 '사망'했다는 진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빅5 업체 모두 생존을 위한 퇴로로 여겨졌던 통신사로의 피인수를 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기준 1위 업체 CJ헬로비전과 2위 티브로드가 각각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팔린 데 이어, 3~5위 업체들도 모두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케이블TV가 쇠락의 길을 가게 되는 이유로는 '가격경쟁력'과 '시장 안주'를 꼽는다. 통신사 기반 IPTV가 단말기, 유선인터넷을 결합해 IPTV 무료 마케팅으로 세를 넓힐 2000년대 중후반까지 아무런 대책 없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의 지위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 플랫폼인 IPTV와의 시장점유율 싸움에서 콘텐츠 차원의 경쟁력을 꾀하지 못하고 지역성의 가치를 명분으로 규제 강화만을 주문한 것도 도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IPTV와 애초에 대등한 경쟁을 꾀하기보다는 '결합상품 금지' 규제를 요구하거나 지역채널의 공익적 명분만을 강조 해 시간을 벌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독점권을 행사해온 지역성 이슈도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A로 케이블TV의 주인이 되는 통신자본이 지역방송 채널을 유지시킬 지 여부가 불확실해서다. 지역채널 유지에만 매년 400~5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피인수 이후 케이블TV의 지역성의 가치를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기적, 환경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상권, 전라권 등의 형태로 확대된 로컬리즘은 가능하겠지만 현 구조의 권역구도를 가져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케이블 가입자를 IPTV로 흡수하는 현상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M&A 이후 플랫폼으로서 케이블tv의 생명력은 급속히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플랫폼 환경의 변화가 케이블TV를 삼킨 IPTV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PTV에 가입하지 않고, 유튜브, 넷플릭스를 통해 모든 영상을 소비하는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있어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IPTV가 케이블TV를 이긴 것은 끼워넣기 식 결합상품 판매를 통한 가격경쟁력이 전부였다"면서 "콘텐츠를 통해 우위를 점한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미디어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안 수석전문위원은 "홈쇼핑송출료나 채널사용료를 토대로만 수익성을 가져가는 현 구조로는 IPTV 역시 케이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는 "상당기간 IPTV와 OTT는 대체제보다는 보완재로 갈 걸로 본다"면서 "OTT는 주 단말이 모바일 폰이다 보니 편당 50분 내외 콘텐츠 시청 무리인 측면이 있기 때문인데 고정TV(IPTV) 이동TV(폰기반 OTT) 형태로 소비하는 고객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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