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DNA 돌연변이' 발생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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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리 몸의 유전체(DNA)에는 유전정보가 저장돼 있다. 하지만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방사능 등 여러 외부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지속적으로 손상된다. 우리 몸은 손상된 DNA를 고치려는 DNA 복구에 나서지만 복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염기서열이 변화하거나 일부 서열이 손실되는 등 다양한 양상의 돌연변이 시그니처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나타난 돌연변이가 세포내 축적되면 암의 원인이 된다. 다만 어떤 작용으로 인해 돌연변이 시그니처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톤 가트너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발암 물질로 인한 DNA 손상과 함께 DNA 복구 메커니즘이 돌연변이 발생 양상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 나타나는 매커니즘
DNA 손상물질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

DNA 손상물질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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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의 던디 대학, 유럽 분자생물연구소,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대해 8일 소개했다. 공동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하는 매커니즘이다.

연구팀은 곤충(예쁜꼬마선충) 2700여 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해 12가지 DNA 독성물질을 150가지 조합으로 제작한 뒤, 이를 다양한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는 여러 꼬마선충에 노출시켰다. 이를 통해 DNA 손상물질의 종류와 함께 DNA 복구 기능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실험 곤충을 아플라톡신에 노출시킨 경우 염기인 시토신(C)이 티민(T)으로 치환되지만, 감마선에 노출되면 티민(T)이 아데닌(A)이나 시토신(C)으로 치환되는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또 같은 손상물질에 노출되더라도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으면, 정상인 경우에 비해 돌연변이 시그니처 발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
정상 예쁜꼬마선충과 손상된 DNA 복구기능을 가진 예쁜꼬마선충에 DNA 독성물질을 노출시켜 비교한 결과

정상 예쁜꼬마선충과 손상된 DNA 복구기능을 가진 예쁜꼬마선충에 DNA 독성물질을 노출시켜 비교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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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암의 근본원인인 돌연변이의 종류를 결정하는 원리를 밝혔다"며 "향후 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암 발생의 근본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분석하면 어떤 물질로 인해 암이 유발됐는지, 어떤 DNA 복구 기능이 손상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어서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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