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적어도 지난 20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대학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원격교육에 대한 규제, 원격교육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 대면수업 위주의 학사제도 등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교육부의 '일반대학 원격수업 운영기준'은 원격수업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었다. 70% 이상을 원격수업 형태로 운영되는 수업만을 원격수업으로 규정했고, 총 개설 학점 중 원격수업은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으며, 법학ㆍ의학전문대학원은 원격수업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교수나 학생 또한 원격수업에 회의적이었다. 교수들은 수업 준비, 과제물 처리, 성적 처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는 원격수업에 소극적이었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이 편리하기는 했지만 왠지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같은 등록금을 내고 수강하는 것을 망설였다. 대학들은 각종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였던 강좌당 학생 수와 교수당 학생 수 관리 차원에서 원격수업을 주저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을 접해본 결과 교육부는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대학들은 비용절감 가능성을 발견했다. 교수들은 한 번 해봄 직하다는 정도로 인식이 개선되었고, 학생들은 수강이 편리하고 적응하기에 따라서는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요컨대 원격수업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을 불식하고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부산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대학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바뀔 수밖에 없다. 우선 학생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교수들도 원격수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분반 수가 많던 교양이나 전공기초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대학 간 공동 강의도 확대될 것이다. 원격·대면 혼합형 수업(Blended Learning)과 역진행 수업(Flipped Learning)이 활성화될 것이다. 대면수업을 원격수업 플랫폼에서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은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원격-대면 동시 수업도 나타날 법하다.
이번에 등록금 환불을 요구했던 사례에 비춰볼 때 대학등록금 산정방식에 대한 재검토 또한 불가피하다.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계열별ㆍ학과별ㆍ학점별 차등 등록금 제도는 전면적으로 교육원가를 반영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면수업과 원격수업, 이론수업과 실험ㆍ실습수업, 대형수업과 소형수업, 교수수업과 강사수업 등의 교육원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기 초에는 신청 학점 수에 따라 기본등록금을 납부하고, 학기 말에 이수 과목별 원가, 교육시설의 이용, 참여 프로그램 등을 반영해 등록금을 정산하는 제도를 도입해봄 직하다. 행정비용이 늘어나고 등록금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으나 등록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재 20%로 제한되어 있는 원격수업 비율과 각종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 또한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나타나 있는 일반대학의 교지·교사, 교육용·수익용 재산, 교수 등의 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 사이버대학처럼 기존의 설립기준은 하향 조정하되 원격교육 설비기준을 추가하고 원격수업을 보조하는 튜터 확보 기준도 필요하다.
일반대학은 새로운 대학설립 기준에 따라 생긴 여유분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법인전입금 수입을 늘리고, 교수를 줄이는 대신 튜터를 임용함으로써 인건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설립기준을 조정하고, 원격수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며, 원격교육 설비를 확충하고, 원격수업 확대에 맞춰 등록금제도·인사제도·학사제도·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등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때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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