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아싸' 자처하는 20·30 직장인들

스스로를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확산…워라밸·개인주의문화 등
직장인 10명 중 4명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전문가 "사회가 변화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적응하는 과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업무만 하면 되지, 굳이 친분 쌓을 필요 있나요?"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28) 씨는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자발적 아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아싸'라고 해서 하루종일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할 게 있으면 하는 게 맞다"라며 "다만 휴식시간이나 퇴근 이후에 동료들과 굳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함께 시간·돈을 쓴다고 해서 업무 질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회사 내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으로 꼽히는 '개인주의 성향',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추구', '수평적 관계' 등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사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를 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함에 따라, '아웃사이더'(아싸)가 되기를 자처하고 나서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태도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나왔다. 소통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정보 공유나 협업에 문제가 생겨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스스로를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314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자발적 아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4.1%가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20대 44.4%, 30대 49.5%, 40대 39.1%, 50대 이상 28.9%로 특히 20·30대 밀레니얼 세대에서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본인이 하는 아싸 행동으로 '업무 끝나면 바로 퇴근하고 개인 시간 갖기'(77.9%), 사내 가십에 관심이나 신경 쓰지 않기(34%), 커피·흡연 등 휴식시간 홀로 즐기기(31.6%) 등을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가 하면 일부 직장인들은 이같은 행동이 개인주의·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40대 직장인 B 씨는 "사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친분 쌓으려 일부러 시간을 빼는 걸 좋아하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나. 그렇지만 다들 최소한의 관계는 유지해야 직장생활이 더 원활하다는 것을 아니까 굳이 빼지 않고 자리에 참석하는 거다"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혼자만 쏙 빠지는데, 그런 행동을 좋게 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살펴본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아싸'라고 답한 응답자 10명 중 2명이 "본인의 행동으로 직장 생활에서 불이익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요한 정보 등을 공유받지 못함'(56.6%), 업무상 협조를 잘 받지 못하는 경우 발생(31.9%),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음(31%) 등을 본인이 받은 불이익으로 꼽았다.


전문가는 개인주의적 문화보다는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굳이 '인사이더'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영향도 있다"며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중요해진 시대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기계발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관계 유지에 있어서 유지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직장 내 관계 형성보다는 근무 이후에 '어떻게 자기를 계발할 것인가'가 지금 세태문화에 맞는 것일 수 있다"며 "좋다, 나쁘다는 가치의 문제나 '젊은 사람들은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만 볼 게 아니라, 변화된 세태나 젊은 사람들이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