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변혁] 새벽배송으로 아침…출근·여가도 비접촉

포스트 코로나, 대변혁의 시대…<4> 언택트 경제
40대 직장인의 하루…'디지털 리터러시 24시'

"우리는 지금 훗날 역사에 기억될 만한 원격근무의 확산과 의학, 교육, 행정, 엔터테인먼트 등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택근무 상황에 창의성이 더해져 앞으로의 서비스들은 더욱 디지털화 될 것 입니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대변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미증유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로 바뀌고 있고 생산에는 스마트 팩토리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도입의 속도가 빨라졌다.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등 언택트 서비스가 부상했고 유통은 모바일로 주문해 비접촉 배송을 받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우리 사회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것이다. 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정부도 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5차 전체회의의 주제가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전환'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4차위 위원들은 전 국민의 생산적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무엇일까. 막연하게 다가오는 그 실체를 한 40대 직장인의 하루를 통해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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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받아 시작하는 하루 = 김은택(가명)씨는 이른 아침 일어나 현관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이지만 문 앞에는 어김없이 박스가 놓여 있다. 이미 기상 알람처럼 울리는 배송 완료 메시지를 받은 터다. 박스를 개봉한 그는 아침 식사 메뉴로 잘 포장된 햄샐러드 샌드위치와 생과일 주스를 집어 들었다. 어젯밤에 오늘 먹을 과일, 채소, 육류 등을 구매하면서 추가한 것들이다.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그는 이젠 일상이 된 새벽배송의 편리함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가 자기 전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에 받아 볼 수 있게 된 것은 새벽배송을 하는 기업들의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쿠팡은 축구장 14개에 달하는 냉동ㆍ냉장 전용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로켓배송센터는 전국에 168개,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배송거리 내에 사는 소비자는 3400만명 규모다. AI 시스템은 고객의 주문 패턴을 분석해 입고와 이에 따른 빠른 출고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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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협업 툴과 화상회의로 OK = 아침 식사를 마친 그는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출근 거리는 5m 남짓, 부엌에서 서재의 책상까지다. 짧은 거리지만 허투루 나서지는 않는다. 업무에 적합한 옷으로 갈아 입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비록 집에 있지만 원격으로 업무가 가능한 클라우드 협업 툴이 있어 일을 하는 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채널톡, 이스트소프트, NHN, 토스랩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이 같은 툴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채널톡은 팀원 간 협업툴인 '팀 메신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 상담 메신저와 연계할 수 있고 대용량 파일 전송과 저장, 대화 내용 검색도 가능하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 1분기 채널톡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이상 성장했다.


일을 하다보면 얼굴을 보며 소통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화상 회의를 소집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상 회의 솔루션 사용자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재택과 원격근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MS의 '팀즈'를 활용한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3월에만 1000% 이상 증가했다. 3월 31일 하루 팀즈 비디오 콘퍼런스 사용 시간은 27억분으로 3월16일 9억분과 비교하면 보름 만에 3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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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배달 vs 드라이브 스루 = 화상 회의를 마치자 어느새 점심 시간이 코앞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집에서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점심 메뉴 선택을 재촉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요사이엔 배달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배달 대행 업체 바로고가 올 1분기 수행한 배달 건수는 2102만9000건으로 전년 동기(1084만8000건)보다 93.9% 증가했다. 그렇다고 매일 배달 음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종종 밖에 나가 '드라이브 스루'로 음식을 사오곤 한다. 밖에 나가더라도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었다.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의 대중교통 거래 건수는 58.47%, 거래 금액은 52.44% 감소했다. 차를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로 살 수 있는 음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모둠회를 드라이브 스루로 사와 가족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오후에는 잠깐 회사에 들러야 한다. 대부분의 업무를 언택트로 하지만 가끔 사무실이 자리한 스마트워크센터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회사 건물 출입을 위해서는 얼굴을 인식하는 절차를 거친다. 평소 속도대로 걸어가기만 하면 워크 스루형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0.3초만에 인증이 이뤄진다. 이 역시 AI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AI는 영상에 출입자의 측면 얼굴이 촬영되더라도 스스로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면 얼굴을 유추해낸다. 이영종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전략센터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로 대변되는 비대면, 비접촉 생활의 일상화는 디지털화 수요를 증대시켜 산업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때 AI는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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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과 여가 생활도 언택트 =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바로 내일로 다가온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고민 없이 이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했다. 마침 할인 혜택을 앞세운 다양한 가정의 달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수도권에 거주 중인 30~50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 조사 결과 선물 구매 경로로 절반 가량인 51.8%가 온라인 채널을 선택했다. 그는 선물뿐 아니라 다양한 생필품을 살 때도 온라인을 즐겨 찾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5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늘었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에서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8.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희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코로나19 비상 상황 속에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사재기하면서 패닉에 빠졌지만 한국만 조용했던 이유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이들 국가보다 이커머스가 더 발달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 구매를 마치고 할 일은 빨래다. 무거운 세탁물을 직접 세탁소까지 가져가지 않아도 모바일 앱을 통해 수거, 세탁, 배송까지 하루 만에 모든 과정이 언택트로 완료된다. 저녁 11시까지 문 앞 스마트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어 현관 앞에 내놓으면 다음날 자정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런드리고는 지난 3월 전월 대비 48% 성장하며 월 2만 가구의 세탁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빨래 끝, 이젠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만의 여유를 즐길 시간이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는 취미 활동은 온라인 독서모임이다. 트레바리 등 독서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트레바리는 지난 4월부터 '랜선 트레바리'라는 메신저 기반의 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선정된 책을 같이 읽고 쓰는 경험을 언택트로 할 수 있어 호응이 뜨겁다. 선착순 200명 한정으로 개설한 4월 랜선 트레바리는 오픈 일주일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온라인 독서모임 후 내일 새벽에 배송 받을 물품 구매를 마치고 그는 잠자리에 들었다. 비대면으로 보낸 하루라고 해서 피로가 몰려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잠을 청하며 생각했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를 대면하게 될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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