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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영국 의회가 7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의회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화상회의와 '원격 표결'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부활절 이후 첫 개회날인 이날 하원은 "예외적이고 전례없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린지 호일 하원의장은 일부 의원만 의회에 출석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화상을 통해 연결한 '하이브리드' 의회를 22일부터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하원 의원들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의회 내에는 전체 의원 650명 중 최대 50명까지만 출입이 허용되며 사회적 거리두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로 떨어져 앉아야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활용해 최대 120명까지 회의에 참여한다. 이번 조치는 우선 다음달 12일까지 유지하기로 했으며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
하원 보수당 대표인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은 새로운 '안전장치'가 완벽하거나 영구적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1349년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의회가 중단됐던 것을 언급하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현대 기술 덕분에 근본적인 헌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획기적인 '가상 의회' 방안을 수용하기로 한 의원들의 초당적 합의에도 감사를 전했다.
영국 정부는 투표 과정의 결함이나 해킹 우려가 불식되기 전까지는 압도적인 찬성을 받아 통과할 수 있는 법안만 원격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은 이러한 가상 의회에서 평의원 석에 앉은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발언권을 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앉는 모습도 새로운 '줌 의회'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 각국 의회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새로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대리 투표' 방식의 원격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231년 미국 의회 사상 최초로 원격 투표가 가능하도록 의회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는 의원들이 직접 의회에 갈 수 없을 경우에 임시로 다른 의원을 지명해 대리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에 대해오는 23일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과 아일랜드 하원과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의 입법 심의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유지하면서 대면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의회는 매주 대면 회의 1회, 화상 회의 2회를 혼합해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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