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 일환으로 질병관리본부 연가보상비까지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 있는 관련 공직자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간한 '2차 추경 공직자 인건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의 재원조달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을 감행, 질본관리본부 인건비(연가보상비)를 563억원에서 556억원으로 약 7억원 삭감했다. 이와 함께 지방 국립병원의 공직자 연가비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는데 국립나주병원 1억3300만원, 국립목포병원 6200만원, 국립마산병원 8000만원을 깎았고 오송생명과학단지지원센터 인건비도(2200만원) 삭감됐다.
앞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휴가를 최대한 많이 쓰게 해 관련 지출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공무원 인건비 가운데 연가보상비 3957억원을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부처의 연가비가 전액 감액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조직 규모가 큰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국세청,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대법원,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19곳의 관련 비용을 삭감했다. 감사원,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보훈처,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정보원,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기상청, 농촌진흥청, 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민주평통자문위, 방송통신위원회, 법제처, 병무청, 새만금개발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여성가족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인사혁신처,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청, 통일부, 특허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헌법재판소 등은 삭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연가비의 경우 모든 부처가 전액 삭감을 원칙으로 했으나, 기본적으로 규모가 커 관련 예산이 세출구조조정에 유의미한 수준인 부처 중심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본의 경우 관련 예산이 7억여원으로, 삭감에서 배제된 문체부(27억원)보다 적다. 다만 보건복지부(38억원) 소속기관이어서 자연스레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삭감규모가 가장 큰 부처는 국방부로 기존 4조2127억원에서 4조369억원으로 1758억원이 깎였다. 그밖에 경찰청 979억원, 법무부 275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61억원, 대법원 155억원 등이다. 지난 1차 추경 인건비 대비 2차추경 인건비 삭감률이 가장 높은 부처는 행정안전부로 2273억원에서 2119억원으로 6.8%가 깎였고, 기획재정부는 753억원에서 703억원으로 6.6% 줄었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근본적 재정개혁형 세출구조조정이 아니라 간편하게 지출을 아낄 수 있는 공직자 인건비 등을 통해 약 7000억원을 마련했다"면서 "그러나 격무에 시달리는 질병관리본부나 지방국립병원의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하는 것은 코로나19 대응 공직자 사기 증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장근무는 물론 휴일근무까지 하는 상황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소멸되는 연가보상비조차 주지 않는 것은 노동권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2차 추경에 국채발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정적 현실과 경제적 실체에는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 목표에 불과하다"면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거나 비효율적 지출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출 시기만을 조절하거나 재정건전성과는 상관없는 기금거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불용이 예상되는 항목을 2차 추경 재원으로 이용(移用) 하는것은 바람직하다"면서 "공무원 국외업무여비와 국외교육여비 등은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지원금액이나 해외광고액 등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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