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했지만…고3 학부모 "출석 댓글 못 달면 내가 해야 하나"

중3·고3 85만명 9일부터 시작
첫날 출석률 98.8% 기록
이틀째 EBS 먹통 없어

쌍방향 거의 없어 학습 격차 우려
대부분 EBS 강의 보고 과제 제출하면 출석 인정

장기화 되면 학습공백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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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온라인 개학날부터 오전 7~8시 사이 학교 홈페이지 학급방에 출석 댓글을 달아야 출석으로 인정되는데요. 아이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출석을 놓칠 수 있잖아요. 고3이니까 걱정이 많이 돼요. 못했을 때 내가 댓글을 달아줘야 하나 부모로서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고3 학부모 A씨)


#. "고3 일부 수업은 선생님께서 직접 강의하시는 것 같았지만 거의 EBS 강좌가 활용되더라고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의 자발성이 중요한데 제가 출근한 상황에서 이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죠. 또 한편으론 정식으로 다시 수업을 하지 않을 텐데 온라인 개학으로 오히려 더 큰 학습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고3 학부모 B씨)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85만여명은 지난 9일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온라인 개학 첫날 출석률은 98.8%로 등교 개학보다 높았다. 개학 이틀째 접속 오류 없이 원격수업은 진행됐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출석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시스템 불안정, 과도한 과제 제출과 학습격차 등 불안감이 팽배했다.


우선 학교마다 원격수업 운영 방식이 서로 달라 학습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쌍방향을 활용하는 수업은 일부 사립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조회 때만 쌍방향을 쓰고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게 중론이다. 수업에서 활용되는 콘텐츠의 경우 과목 교사가 직접 찍은 영상을 보고 질문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도 있지만 일부 학교는 기존 EBS 강의 동영상을 보고 과제만 제출하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정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 관련 입장발표를 앞두고 있는 30일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 관련 입장발표를 앞두고 있는 30일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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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첫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을 활용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는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3 학부모들은 첫날은 긴장감 있게 개학에 임했지만 장기화 될수록 원격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아직 실제로 한 번도 선생님과 보지 못해 진학 지도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A씨는 "EBS를 튼다고 하면 애들마다 수준도 다르고 담임 선생님들 얼굴도 못 본 상태인데 선생님께서는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해주실지 고민해주시면 좋겠다. 다같이 학습하고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면 학습 상담을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3 학생을 둔 학부모 C씨는 학력 격차를 우려했다. C씨는 "담임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훈화 영상, 영어는 직접 선생님께서 찍어 주신 영상, 사회는 유뷰브 링크, 수학은 EBS 링크를 안내 받아 수업을 들었다. 음악도 6개 영상을 듣고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준다고 한다"며 "관리해주고 케어해주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거나 쉬지 않고 학원에 나가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학력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을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n번방' 사건 등 아이들 걱정
사교육으로 진도 나가면 격차 우려
"갈수록 수업 집중도 떨어질 것"

오는 16일 개학을 앞둔 중·고등학생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 했다.


학부모 D씨는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n번방' 사건"이라며 "동영상 에티켓에 대한 미디어 교육이 안 돼 있고 교육부의 원격수업 실천 수칙을 확인은 했는데 학교는 읽어 보라고만 하고 넘어 갔다"고 했다.


또 D씨는 "과외나 소수로 운영하는 학원은 계속 운영이 되고 있어서 소수 과외 수업은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는데 사교육으로 진도를 빼는 아이들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개학을 하고 참여도가 낮은 아이들이 의미 없이 출석 체크만 하는 것을 개인의 불성실 탓으로만 돌리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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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E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온라인 개학이 좀 편하고 개학 전보다는 낫다는 얘기들도 있지만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선생님마다 수업 방식이 전부 다른데 번거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부모를 비롯한 교사, 학생, 학교 등 교육 주체가 교육부의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대안을 수립하며 힘을 모아야만 지금의 교육적 난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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