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벌어 1원도 안썼다" R&D비용 또 줄인 통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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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통신업계 매출 1위인 KT가 지난해 100원을 벌어들일 때마다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비용이 1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R&D 투자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통신3사가 미래 먹거리 준비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통신 서비스 질 하락과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잇따른다.


◆또 줄어든 R&D 비용= 아시아경제가 10일 통신 3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R&D 비용(자회사 포함ㆍ정부보조금 차감 전 기준)은 총 7216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91%(372억6700만원)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각 사별로는 SK텔레콤이 전년 대비 79억8300만원(-1.93%) 줄어든 4054억9700만원을 R&D에 썼다. KT와 LG유플러스는 2535억2100만원, LG유플러스 625억9000만원을 투입했다. 1년 전보다 194억2000만원(-7.12%), 98억6400만원(-13.61%)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이 연간 설비투자(CAPEX)에 맞먹는 8조원대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다. 전사적으로 탈통신, 신성장동력 확대를 외쳐온 것과 달리 R&D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KT의 경우 매출액 대비 R&D 비용의 비중이 0.68%에 그쳤다. 100원을 벌 경우 0.68원을 R&D에 썼다는 의미다. 1년 전보다 0.07%포인트 더 낮아졌다. 통신 3사 중 가장 적은 금액을 투입해온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0.42%)도 '0%대' 오명을 벗지 못했다. SK텔레콤의 R&D 비용 비중은 2.29%로 경쟁사 대비 높았지만 전년 대비로는 0.16%포인트 내려갔다.


◆업계 "여력 없다" 하소연= 업계에서는 5G 상용화에 따른 망 투자 부담 등으로 인해 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통신 3사 모두 상용화 직전 해인 2018년 5G 설비투자, 출혈경쟁 등의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10%가량 내려 앉았다. 5G 투자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마저 거세지고 있다. R&D 확대는커녕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통신사들의 R&D 투자 축소는 결국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각 사별 R&D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AI R&D 역량 향상 및 원천기술 확보, 기업간거래(B2B) 핵심 플랫폼 개발 등 신성장 사업에 집중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는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결국 경쟁력,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즘(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당초 개선세가 기대됐던 통신 3사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예상보다 5G 가입자 확보가 더딘데다 로밍 매출 등도 곤두박질치면서 1분기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따른 시나리오도 마련한 상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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