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76일간 계속된 도시 봉쇄 조치를 공식적으로는 끝냈지만 여전히 엄격한 통제·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우한시 우창구 중의약대학 안 거주단지에 살고 있는 교민 최씨(51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한 봉쇄해제 첫날인 이날부로 학교 밖을 나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관리요원의 통제로 나가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공원 산책 정도는 가능하다고 통보를 받아 나가려고 시도한 것이지만 돌아온 대답은 "밖은 위험하다. 못나간다"는 말이었다.
이날 최씨가 사는 거주단지 출입문 인근에는 우한시 봉쇄해제를 계기로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관리요원이 사람들을 못나가게 통제하자 "문을 열라"고 외치는 주민들과 "열 수 없다"고 말하는 관리요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최 씨는 "우한시 봉쇄가 완전히 풀렸다고는 할 수 없다"며 "여전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월23일 우한봉쇄 이후 거주단지 밖으로 못나갔다"며 "출근하는 사람들은 관련 증명을 제시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꼭 나가야 하는 이유를 소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거주단지 안에 갇혀 있었다. 오늘부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적용이 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한시는 각 지역마다 거주단지 별로 출입문 일부만 개방하고 대부분은 닫아놓는 폐쇄식 관리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으며 시민들은 건강상태를 증명할 수 있는 녹색 건강코드가 있어야만 마트 등 실내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녹색 건강코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으며 확진ㆍ의심 환자들과 밀접접촉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데 외국인 여권으로는 건강코드 신분확인 인식이 안돼 여전히 실내 입장이 불가능하다.
우한시 정부가 봉쇄 조치를 공식적으로는 끝내면서 우한과 타 지역을 잇는 교통수단이 대부분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시 정부는 시민들에게 최대한 도시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공식 권고한 상태다. 우한시는 위험관리 최고 등급인 1급 방역 체계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후베이성 코로나19 방역지휘부는 우한 봉쇄 해제 직전인 7일 밤 공지를 내고 "(우한) 주민들이 방역 의식을 철저히 강화해야 한다"며 "외출을 최대한 줄여 필요하지 않다면 단지 밖으로, 도시 밖으로, 성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베이성 당국 역시 우한시의 각 주택 단지에 신분증 확인, 출입자 기록,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 관리와 통제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각 단지를 '진지화'하라고 지시했다.
여전히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방역 고삐를 풀 수 없게 하는 이유다. 중국에서는 7일 하루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2명, 사망자 2명, 무증상 감염자 137명이 추가됐다.
신규 확진자 62명 가운데 59명은 해외에서 감염돼 중국으로 들어온 해외 역유입 환자이지만 3명은 산둥성(2명), 광둥성(1명) 등 중국 내부에서 감염된 사례다. 신규 의심환자도 12명으로 11명은 해외유입, 1명은 광둥성 안에서 나왔다. 무증상 감염자 수는 하루새 137명이 추가됐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의학관찰 상태인 무증상 감염자 수는 모두 1095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 안에 76일간 갇혀 있던 약 5만5000명이 봉쇄해제 첫날 우한을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돼 중국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철로우한국그룹은 기차표 예약 상황을 토대로 우한 봉쇄해제 첫날인 이날 약 5만5000명의 승객이 기차를 타고 우한 지역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40%는 중국 제조ㆍ수출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주강삼각주(광저우, 홍콩, 선전, 마카오를 연결하는 삼각지대) 지역으로 향한다.
우한봉쇄 해제에 대한 중국 내 불안감이 커지자 봉쇄는 해제하더라도 코로나19 방역ㆍ통제는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우한 봉쇄해제와 위험관리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도시 봉쇄해제가 방역ㆍ통제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봉쇄 해제된 후베이성에서 새로운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중국인들은 우한 봉쇄해제를 안도감으로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는 봉쇄해제 후에도 코로나 방역ㆍ통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되고 숨어있는 리스크가 다시 바이러스를 확산하게끔 방치해서도 안된다. 끝까지 방역ㆍ통제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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