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올해 안을 목표로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일 "EU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사를 일시적으로 유예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일시적인 유예 상황에서도 EU집행위원회와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U집행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에게 결합 심사와 관련된 의견을 묻는데 관계자들이 원격 근무 체제로 전환하면서 데이터 수집 등 정보 습득이 원활하지 않아 심사를 유예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12일 EU 공정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EU는 총 2단계 심사 가운데 1단계인 예비 심사를 마쳤다. EU 집행위는 2단계 심층 심사 결과를 올해 7월까지 낼 예정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나라는 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5개국이다. 각 국가에서 일정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의 경우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된다. 규정상 6개국(한국 포함) 가운데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 승인을 거절하면 합병이 불발된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만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했다.
일본은 지난달 2차 심사에 들어간 상태이며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한국조선의 기업결합 신청서를 접수한 뒤 현재까지 심사 중이다. 당시 늦어도 120일 이내에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싱가포르 역시 심사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연내 결합 심사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EU 집행위의 심사 유예로 일정이 더 늦어지게 됐다. 해외 심사 중 EU가 합병을 좌우할 핵심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유럽에 조선·해운 강자가 많아 EU는 두 업체의 기업결합이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업계는 EU의 심사 결과에 따라 나머지 경쟁국도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지난 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이 보조금 협정에 위반된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문제 삼아 제소한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올해 3분기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럽 집행위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기업결합심사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에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절차에 따라 기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법인)으로 분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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