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중국이 1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수를 1367명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해외 역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중국 내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무증상 감염자 통계다. 그동안 고의적으로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통계 발표를 누락시킴으로써 상황이 진정된것처럼 조작했다는 불신만 커졌다.
1일 중국 국가위건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0시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6명, 사망자 수가 7명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 36명 가운데 35명은 해외에서 감염돼 중국으로 들어온 역유입 환자이고 중국 내에서 새롭게 감염돼 추가된 환자는 1명(광둥성)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수는 8만1554명이다.
그런데 이날부터 새롭게 통계발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무증상 감염자까지 합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위건위는 하루동안 무증상 감염자 130명이 추가돼 현재 기준 1367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 역시 홈페이지 게재 전 발표한 숫자 1366명에서 1명 늘어난 1367명으로 뒤늦게 수정됐다. 또 누적 집계된 무증상 감염자가 아닌 현재 시점의 무증상 감염자만 발표했다. 무증상 감염자 중 치유돼 격리해제된 사람들은 앞으로 매일 발표되는 무증상자 통계에서 제외되는 '구멍'이 생긴다.
무증상 감염자는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사람을 지칭한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분류할때 무증상 감염자까지 포함시킨 반면 중국은 그동안 무증상 감염자는 따로 집계만 했을 뿐 공개적인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인해 중국에서는 빠르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이날부터 중국이 통계 발표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추가한 것은 이들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는 중국 안팎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위건위는 앞으로 매일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보고 내용을 발표하고 관리 상황 등도 대외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국 의료기관은 무증상 감염자 발견 시 2시간 이내에 온라인으로 보고해야 하고 24시간 이내에 역학조사와 밀접 접촉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무증상 환자 뿐 아니라 밀접접촉자들도 14일간 지정된 숙소에 격리돼 의료 관찰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통계 발표가 '뒷북'이어서 통계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던 지난 2월 13일에도 위건위는 갑작스레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임상적으로 감염 진단을 받은 환자까지 집계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확진자 판정기준을 바꿔 평소 보다 10배 가까이 폭증한 신규 환자 수를 공개했다. 일찌감치 확진자로 분류됐어야 할 환자들을 뒤늦게 통계에 포함시킨 셈이다. 그런데 기준 변경으로 계속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일주일만에 다시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환자 통계에서 제외시켰다. 통계 방식의 재변경은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급속하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중국이 그동안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사망한 경우나 병상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달 8일 우한 봉쇄령 해제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골을 받아갈 수 있게 됐는데, 우한 내 장례식장은 8곳에서 수습된 유골 수가 정부 발표 사망자 수 보다 훨씬 많다는 현지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한 유골 운반 트럭기사는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 새 운반한 유골이 무려 5000여구라고 인터뷰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첫 감염자가 발생한 후 코로나19로 인해 우한 내에서 사망한 사람은 2535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혼란스러운 시기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일부 환자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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