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각급 학교 개학이 늦어진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광천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 수업 시행에 대비해 온라인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교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됐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이달 9일에 온라인 개학하고, 다른 학년은 오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으로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온라인 개학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예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아직 도입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에서 '신학기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고 나면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4월 말부터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A(45) 씨는 "맞벌이라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할 수 없다"라면서 "애들이 컴퓨터를 잘 다룬다고는 하나, 수업 도중 끊김 현상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인데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온라인 개학이 잘 이루어질지 모르겠다"라며 "솔직히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도 집중이 안 되는데 정규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니 공부가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학을 1~2주씩 연기하거나 원격 수업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9월 신학기제는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나라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기 때문에 우수 인재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여름방학이 길어져 새 학년을 위한 준비 기간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으며,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9월 신학기제의 필요성으로 꼽힌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비상상황을 계기로 9월 학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신학기 개학을 9월로 맞춰주길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비상상황을 계기로 9월 학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신학기 개학을 9월로 맞춰주길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청원인은 "무리해서 개학을 하거나 1~2주 연기는 오히려 혼란과 논쟁만 가중될 것"이라며 "차라리 9월에 1학기 개학을 하고 학사일정은 그에 맞춰서 후속 작업으로 보완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지자체에서도 9월 신학기제 공론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학 연기 문제를 언급하며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라면서 "만일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9월 학기제 도입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B 씨는 "9월 학기제는 말도 안 된다. 시스템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9월부터 학교에 다닌다면 학생도, 부모도 혼란스러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최근 9월 신학기제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도입한다고 해도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특히 앞선 정부에서도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으나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파장 등 때문에 무산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2015년 1월 발간한 '9월 신학년제 실행방안'에 따르면 학제 개편 비용을 8조∼10조 원으로 추정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나오는 9월 학기제 도입 주장에 대해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같은 날 학교 개학이 4월로 미뤄진 김에 새 학년도 시점을 9월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지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하며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라면서 "이참에 9월 신학년제를 실시하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총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2015년 5월 20일 첫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해 12월 23일 종식이 선언됐다"라면서 "9월에 학년도를 시작해도 감염병 때문에 개학이 연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새 학년 시점을 바꾸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입시 일정뿐 아니라 기업의 채용 일정과 공무원시험 일정 등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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