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텔레그램 '방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날인 이달 24일. 텔레그램 '주홍글씨'라는 단체방에는 '박사의 연예계 흥신썰' 등 문서파일 3개가 등록됐다. 박사방에서 오간 대화로 추정되는 파일에는 박사가 손석희 JTBC 사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뺑소니 사건때 CCTV와 블랙박스를 제거한게 나"라고 주장하고,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금품을 받아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우 주진모 휴대전화 해킹도 박사의 소행이라는 내용과 박사가 '노예'로 부렸다는 연예인 실명도 다수 포함됐다. 조씨는 이튿날 검찰 송치 과정에서 "손석희 사장과 김웅 기자, 윤장현 시장을 비롯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죄한다"고 했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n번방 가담자들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텔레그램에서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등장했다.
27일 텔레그램내 채팅방 '주홍글씨'에는 조씨 등 n번방 관련 가해자로 의심되는 인물의 이름과 직업, 사진, 메신저 대화 캡처본 등이 공유되고 있다. 3000명 가까이가 참여한 이 채팅방은 활동하고 있는데 성 착취 음란물과 관련된 가해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해 경찰 수사를 돕는다며 지난 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주홍글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은 청소년에서 대학생,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제보를 받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 조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 11시께에는 조씨가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에 대해 언급한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채팅방 '중앙정보부'도 텔레그램 내 자경단을 자처한다. 이들 역시 n번방 사건이 불거진 이후 활동을 시작했으며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소지ㆍ유통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한다. 또 지인의 얼굴과 음란한 사진을 합성해 SNS에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는 '지인능욕'을 했다고 의혹을 받는 이들의 정보도 공유한다.
무차별 신상공개가 이뤄지면서 피해로 추정되는 사례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선 n번방에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입장했다 신분이 드러나자 탈퇴했다는 게시글이 공유되며 소속과 사진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간부와 소속 부산지방경찰청은 오히려 명의도용 및 신상털이에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유사한 진정이 들어와 감찰조사도 받았으나 혐의 없이 종결됐다는 것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n번방 사건에 분노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가담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를 단체방에 유포하기보단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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