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길'로 희망 밝힌 아동문학가 신지식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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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소설을 통해 희망을 노래해온 아동문학가 신지식씨가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7일 문학계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12일 밤 숙환으로 소천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공원에 안장됐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조용히 장례를 치른 뒤 뒤늦게 부고를 알렸다. “미리 알려지 못한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가족장이 고인 유지(遺旨)라고 전했다.


신씨는 1930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이화여고 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이화여고 재학 시절인 1948년 전국여학생 문예콩쿠르에서 단편 ‘하얀 길’이 당선돼 등단했다. 소녀다운 기질로 꿈 이야기를 담아낸 글은 1956년 소설집으로 발표돼 당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58년 발표한 ‘감이 익을 무렵’ 또한 순수한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씨는 1960년대 들어 실험의식이 담긴 상징적인 기법을 통해 나약하고 협소한 소녀적 감상을 극복했다. 고아 소녀가 사는 갈매기의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갈매기의 집(1975)’과 우리나라 사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열두 달 이야기(1998)’ 등이 대표적이다. 신씨는 소녀들이 사랑하는 루시 몽고메리(1874~1942)의 고전 ‘빨간머리 앤’을 1963년 처음으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본어판을 옮겼다고 한다.


신씨는 1968년 ‘바람과 금전화’로 소천아동문학상, ‘고슴도치 선생’으로 유네스코 문학상을 받았다. 1979년에는 ‘열두 달 이야기’로 대한민국아동문학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모교인 이화여고와 이화여대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았으며, 아동 문학 외길을 걸으며 독신으로 살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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