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모든 국민에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51조 원이다. 절반인 50만 원이면 26조 원이 필요하다.
김 지사는 50만 원(총 26조 원)을 기준으로 "경제 전문가들에 의하면 51조 원을 재난기본소득으로 투자하면, 경제활성화를 통해 늘어나는 조세수입이 8조 원∼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소득층의 기본소득 지급액을 내년도에 세금으로 얼마나 환수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을 통해 절반 가까이 재정 부담을 줄이면, 4대강 예산보다 적은 비용으로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것은 이대로가면 수출로 버텨온 경제가 흔들리고 내수마저 무너지면 일자리 감소와 소득감소,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김 지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일자리가 대량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 투자할 곳보다 투자할 돈이 넘쳐 저성장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경제 흐름을 되살리고 지속성장을 담보할 유일한 정책 '기본소득'이다. 김경수 지사님의 100만 원 재난기본소득을 응원하며 함께 전국민 기본소득의 길을 열어가는데 함께 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은 간단히 풀자면 소득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금액을 국가가 지급하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량 실업의 우려가 커지자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로 확산됐다. 많은 나라와 지자체 등에서 제도적으로 또는 실험적으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추진해왔고 국내서도 논의가 있어왔다.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골격은 갖추되 코로나19가 가져올 재난에 대비해 도입해보자는 취지다. 재난기본소득은 이재옹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이를 제안하는 글을 올리고 3월 1일 국민청원에 청원이 시작되면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안들면 '긴급국민생계지원금'이라도 좋습니다. 50만원씩 1천만명에 줘도 5조원입니다. 소득이 없어진 사람들은 월 50만원이라도 있어야 마스크라도 사고 밥이라도 먹고 집세라도 냅니다. 20조 추경중에 5조원이라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합니다. 사람과 소득에 집중해야지 기업, 임대업자, 세금감면,일자리에 집중할때가 아닙니다. 사람이 버텨야지 기업도 버티고 경제도 버팁니다"고 말했다. 1일부터 시작된 청원에는 10일 현재 6천명이 조금 넘게 동의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기본소득제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청년배당제를 도입한 바 있다. 경기지사가 돼서도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건 바 있다. 대량 실업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넘어서는 정책으로 기본소득제가 필수이며 이를 위한 재원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본소득은 간단히 풀자면 소득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금액을 국가가 지급하는 제도다. 2008년 나미비아와 2011년 인도어세 실험이 있어왔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량 실업의 우려가 커지자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로 확산됐다. 핀란드와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스코클랜드, 케냐, 미국의 알래스카 등 많은 나라와 지자체 등에서 제도적으로 또는 실험적으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국내서는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치권과 지역,계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청년기본소득제도, 농민기본소득제도 등의 주장들이 나왔고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까지 출현했다.
기본소득 공론화의 불씨를 지핀 곳은 스위스의 선거와 핀란드의 실험이지만 평가는 모두 엇갈린다.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치러진 기본소득 법안은 매달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한화 300만 원)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67만 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 최고의 물가수준인 스위스에서 살기 위해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게 취지다. 하지만 그해 6월 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는 스위스 국민의 46.3%가 참여해 찬성 23.1% 반대 76.7%로 부결됐다.
찬성론자들은 아무런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일자리없는 미래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들은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어야하고 이는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며 복지 지출 축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핀란드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다. 기본소득을 받는 대상은 모든 국민이 아니라 노동시장 보조금 또는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25~58세의 실업자 중 2000명에 월 560유로(한화 약 71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업자가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구직활동이나 창업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험 결과 일자리 찾기 등 고용개선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은 종료됐다. 이를 두고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다른 쪽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주로 진보진영의 주요 아젠다였지만 보수진영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 왔다. 2017년 대선 당시 보수단체에서는 '모든 국민에 동일한 금액을 주자'는 기본소득제도의 대안으로 안심소득제도라는 것을 내놨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7년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제안한 안심소득제는 국가가 연 소득 5000만원 미만의 모든 4인 가구에 2000만 원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에는 2000만 원을 주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가구에는 2000만 원의 60%인 600만 원을 더해 26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본소득제도가 소득격차해소나 고용개선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하는 안심소득제로 취약가구의 노동공급을 증가시키자는 취지다.
기본소득제도는 제도 자체는 물론이고 기존 실험한 지역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국내에서의 도입에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몰고올 경제적 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여야와 정부, 청와대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다면, 기본소득제든 안심소득제든 일부 지역 또는 계층, 세대애 국한해 제한적이면서도 시기를 정하는 한시적으로 실험해보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