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KT의 숙원사업인 '인터넷 은행'이 결국 국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인터넷 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도 가로막혔다. 은행업 대주주 등극을 계기로 탈(脫)통신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던 구현모 호(號) KT로서는 악신호다.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재석 184석 의원 가운데 찬성 75표, 반대 82표, 기권 27표를 기록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인터넷은행법을 "KT만을 위한 특혜"라고 주장해 온 채이배 의원의 반대토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본회의 직전 반대토론에 나선 채 의원은 이날도 "기본원칙의 훼손"이라며 "KT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삭제된 내용은 KT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부분이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KT특혜 논란'에 부딪혀 번번이 법사위 문턱을 넘기지 못했으나, 전날 법사위를 통과하며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잇따랐었다.
공식 출범을 앞둔 구현모 호 KT는 난감한 모습이 역력하다. 케이뱅크와 관련해 스톱돼 있던 많은 신산업들이 법안 통과로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법 통과 시 KT가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현재 10%)을 34%까지 올리게 되면 이미 보유한 BC카드(지분율 69.54%)까지 더해 금융 정보통신기술(ICT)사업자로서 지위가 더 공고해지게된다.
이 같은 이유로 KT는 이미 인터넷은행법 통과에 따른 중장기 사업계획 마련에 나선 상태였다. 은행업의 대주주가 될 경우 KT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지급결제, 은행, 통신까지 계열사로 보유한 그룹사가 된다. 통신업계 최대 숙제인 탈통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는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며 KT가 목표로 했던 금융+IT 혁신 역시 무산되는 모습이다. 자본금 부족으로 11개월째 대출 영업이 막혔던 케이뱅크 역시 KT를 최대주주로 맞아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T는 "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법안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ICT업계도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네이버, 넥슨, 인터파크, 위메프 등도 공정위법 위반 전력이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며 6개월 마다 한번씩 공정위법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대주주 지위가 불안해지는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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