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요구 수용할 듯

적자폭 전년대비 두배 늘어

해외공항도 인하 잇따라

국토부 "논의 중 사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점 업체의 임대료 인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을 관광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에 '공항 임대료 감면'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및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항공사와 면세점ㆍ상업시설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 납부 방식을 1차년도 임대료를 기준으로 매년 여객증감률(50% 적용)에 연동해 조정하는 최소보장금을 기본으로 한다. 만약 최소보장금보다 1년차 매출과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이 많다면 더 많은 금액을 공사에 내야 한다.

면세점 업계는 일시적으로라도 면세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영업요율을 정해 매출의 몇 퍼센트를 임대료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앞서 면세점협회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인하해달라고 호소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기 미비하다는 이유로 협회의 요청을 보류한 바 있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임대료 인하를 절박하게 요청하는 이유는 공항 면세점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기며 적자 폭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낸 임대료는 매출 대비 보통 30~40% 수준인데, 현재 매출이 절반으로 줄면서 임대료 비중은 70~80%까지 올라갔다"면서 "이는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5년 간 면세점 빅3 롯데ㆍ신라ㆍ신세계 면세점이 낸 임대료는 약 6조원에 달한다. 이는 연매출의 40~50% 수준이다.

사드 사태 당시 국토교통부가 국제여객이 급감한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ㆍ상업시설 임대료를 30% 인하했다. 당시 인천공항은 국제여객 감소폭이 적어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여객이 급감하는 추세여서 인천공항도 임대료 인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인천공항공사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와 세계 경제 위기로 여객 수요가 9개월 연속 급감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10% 인하했었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해줄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매출액 2조7690억원, 영업이익 1조31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대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의 경우 비항공수익이 항공수익의 두배에 달한다. 비항공수익 중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해외 유명 공항들도 입점 면세점 임대료를 속속 낮추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지난달 1일부터 6개월간 소매점, 식음료(F&B) 등 서비스 매장의 임대 수수료를 50%로 낮췄다. 태국공항공사 역시 내년 1월까지 6개의 공항 월 임대료를 20% 낮추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임대료 인하안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