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블랙베리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위탁 생산해왔던 TCL과의 계약이 오는 8월로 종료되면서다.
2일(현지시간) 블랙베리 모바일은 트위터에서 오는 8월31일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존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오는 2022년 8월31일까지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블랙베리는 지난 2016년 자체 스마트폰 제조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중국 TCL에 안드로이드 OS 기반 블랙베리 스마트폰 개발·생산·마케팅 권한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앱과 보안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주력하고, TCL은 블랙베리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했다.
TCL은 "8월31일부터 블랙베리 브랜드의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2022년 8월31일까지 모바일 기기 구입자들에게 서비스와 보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블랙베리 모바일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TCL에게 큰 축복이었고 더 많은 각지의 팬들과 만날 수 있어 고객, 파트너들에게 감사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블랙베리는 1999년부터 휴대폰을 생산해왔고 2000년대 초반에는 '오바마 폰' 등이 인기를 얻으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했으나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진영에 밀려 2010년대 이후 위상이 추락했다. 블랙베리는 지속된 적자로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자체 OS를 포기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TCL은 블랙베리 OS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키원, 모션, 키2, 키2 LE 등을 출시했다. 2018년 8월 키2 LE를 끝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았다.
블랙베리와 TCL은 안드로이드를 품고 블랙베리 고유의 물리적 키패드를 별도로 제공하는 대신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블랙베리는 다수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고사양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중급 사양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된데다, 중저가 모델을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부를 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 계약 종료는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랙베리가 또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생산할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까지의 블랙베리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저조해 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아서다.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의 TCL 직원이 블랙베리 키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도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BBC는 "TCL 내부에서도 블랙베리와 협업이 좌절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현실화되었다"며 "양쪽의 계약이 만료되었지만 블랙베리의 브랜드를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할 다른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줄 가능성 역시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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