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으러 전시회에?" 작품 안 보는 민폐 관람객 눈살

20대 10명 중 9명 "전시회서 인증샷 찍었다"
"전시회서 인증샷, 관람에 방해된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연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연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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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최근 전시회에 방문한 김 모(23) 씨는 불쾌한 일을 겪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들 작품 앞에서 사진 찍기 바쁘다"며 "작품 관람의 목적으로 전시회에 오는 사람보다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2030 세대가 늘어난 가운데 작품 감상에는 관심이 없고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회에 가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진 촬영이 다른 이들의 작품 감상을 방해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과시욕구와 연관 있다고 밝혔다.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내일이 2017년 1년간 전시회 관람 경험이 있는 20대 5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89.6%)이 '전시회에서 인증샷을 찍은 적 있다'고 답했다. 또 61.3%는 '인증샷을 SNS에 올려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A(25) 씨는 "전시회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사진을 자주 찍는다"면서 "요즘은 전시회에도 포토존이 잘 마련돼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찍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전시회' 하면 딱딱한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최근 포토존이 마련되고 사람들이 전시회에 많이 가게 되면서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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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전시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이들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작품 감상보다는 인증 사진을 우선시해 다른 이들의 작품 감상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B(25) 씨는 "전시회에 가면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다. 여유롭게 관람하려 해도 뒤에서 사진 찍으려 기다리는 사람들때문에 작품을 그냥 훑어보고 간다"며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보니 점점 전시회를 안 가게 됐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전시회에서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문제다. 직장인 C(27) 씨는 "보통 저작권이나 작품 훼손 등의 문제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전시회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간 전시회에서 작품이 너무 좋다며 막무가내로 사진 찍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직원이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전시회라고 알려줬지만 되려 '뭐 어떠냐'는 식으로 나와 어이없었다"며 "결국 기분만 나빠져서 전시회를 즐기지 못했다. 기본적인 전시회 메뉴얼을 숙지하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인증사진을 찍는 2030세대의 심리가 과시욕구와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YTN에서 "자랑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라며 "자랑은 소비와 연관이 많다.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게 되면서 과거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신경 쓰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NS가 과거에는 글씨 위주였는데 요즘은 아예 사진만 올리는 SNS도 많다. 즉 이미지 위주로 SNS가 변하는 것"이라며 "비싼 식당을 갈 때 음식의 맛을 보러 가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이렇게 좋은 식당에 왔다'는 걸 SNS에 올리려고 가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셀카를 어디서 어떻게 찍으면 제일 잘 나올까' 이런 배려를 해주는 것이 광고나 마케팅, PR 입장에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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