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외과의사는 왜 환자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만들기 싫어할까?"
이재원 울산대 의대 교수(사진)는 궁금했다. 심장수술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부터 크게 절개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의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절개가 커 흉골이 완전히 붙는 데도 3개월 이상 걸렸고 흉터도 25㎝가량 됐다.
이 교수는 절개부위를 줄이는 수술법을 고민했고 최소침습 심장수술을 도입해 성공했다. 이는 흉골 절개를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절개하지 않고 갈비뼈 사이를 조금만 여는 방식이었다. 회복기간은 1주일이면 충분했고 흉터도 5㎝ 정도로 줄였다. 최소침습 방식을 적용한 대동맥판막 수술에 대해 쓴 논문은 의ㆍ과학분야 전 세계 최대 규모 출판사로 꼽히는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2000년 게재됐다. 국내에서 출간된 논문 가운데 처음으로 흉부외과 교과서에도 인용됐다. 이러한 수술법은 대동맥판막 수술에서 가장 각광받는 수술이 됐다.
30여년 전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면서부터 이 교수는 환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수술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판막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거에는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을 주로 했었는데 이 교수는 판막을 재건하는 수술을 갈고 닦았다. 약물 등을 통한 내과치료에 치중했던 부정맥질환 역시 새로운 수술법을 제안하면서 외과수술도 괜찮다는 인식이 번졌다.
이 교수가 새 수술법을 고민하는 건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더 편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서큘레이션'에 심장이식수술과 관련해 이 교수가 연구한 내용이 실렸다. 수술과정에서 혈관이 찌그러지거나 엉킴을 줄이기 위해 나비넥타이처럼 꿰매는 방식을 정리한 내용으로, 의사도 편하고 환자예후도 좋은 장점이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잘 꿰맬 수 있을까 궁리한 결과"라고 말했다.
로봇수술에 대한 개념이 생소했던 2007년 의료용 로봇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쓴 것도 같은 배경이다. 로봇 심장수술 적용범위를 늘려나가고 다양한 수술이 검증되면서 일본과 인도, 태국, 쿠웨이트 등 주변 국가에서도 이 교수에게 로봇수술법을 배우러 병원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의사가 수술을 하는 목표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그간 배우고 해온 방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주변에 종종 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심장질환과 관련해 외과적 치료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제13회 아산의학상 임상의학부문 수상자로 21일 선정됐다. 상금은 3억원. 시상식은 3월 19일 열린다. 이 교수와 함께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생체간 상호작용을 연구한 이원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기초의학부문 수상자로, 암유전체 돌연변이 원리와 근감소증ㆍ지방간질환 연관성을 각각 연구한 주영석 카이스트 교수와 이용호 연세대 교수는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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