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기회의 땅' 베트남을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침체된 내수경기, 과당경쟁, 미투브랜드 난립 등으로 외형적 성장이 어려운 국내 시장을 벗어나는 한편 연평균 20∼30%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프렌차이즈 시장에 한류를 앞세워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수년째 한류 콘텐츠 소비 증가, 박항서 감독의 인기 등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베트남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20∼30%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베트남 국민 평균 연령은 30세로, 젊은 층 소비자가 많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500여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압구정봉구비어(이하 봉구비어)은 다음달 베트남 호치민에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마쳤다. 추후 하노이, 다낭 진출도 고려중이다. 봉구비어는 2017년 매장 수가 475개에 달했지만 미투브랜드 등이 생겨나며 경쟁이 심화되며 2018년 매장 수를 431개까지 줄이고 내실 강화에 집중해왔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내실이 어느 정도 탄탄해졌다고 판단해 한류 열풍의 중심지인 호치민 주요상권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구비어는 과거 중국 상해 1호점, 2호점 진출 경험을 기반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베트남을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돈치킨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다낭에 잇달아 베트남 30, 31번째 매장을 열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에도 각각 12개, 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에는 현지 매장 수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굽네치킨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치민 2호점을 개점했다. 돈치킨은 치킨 외에도 돌솥비빔밥, 잡채, 떡볶이 등 다양한 한식으로, 굽네치킨은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치쌈 세트'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킹콩부대찌개를 운영 중인 에스엘에프앤비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북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하노이 1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국내 1200여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해마로푸드서비스 맘스터치는 베트남에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사모펀드에 인수되며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베트남에 진출한 떡볶이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두끼는 지난해 8월까지 30호점 오픈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글로벌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경우 양적 성장보다 질적 내실을 다지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2년 베트남 첫 진출 후 지금까지 하노이 4곳, 호치민 6곳 매장만을 운영 중이다. 2007년 베트남 진출 후 현재까지 3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뚜레쥬르도 수 년째 매장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베이커리의 경우 프리미엄 이미지로 인해 가격 접근성이 뛰어나지는 못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현지화 등에 실패한 사례도 눈에 띈다. MP그룹 미스터피자는 2016년 말 하노이에 1호점을 냈지만 이듬해 마스터프랜차이즈와의 계약 문제로 철수했다. 할리스커피는 2015년 호치민시티에 1호점을 오픈했지만 현지화 실패로 운영을 종료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