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군고구마 장수를 통 볼 수 없네요"
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출입구에 설치된 군고구마 기계 앞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군고구마 통은 깔끔해서 좋긴 하지만, 고구마를 오븐기로 굽는다. 아무래도 우리가 어릴 때 먹던 그 군고구마 맛은 없다"라고 말했다.
과거 거리에서 쉽게 마주쳤던 군고구마 장수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다. 추운 겨울 별미로 인식하던 '길거리 군고구마'는 이제 대형마트 출입구에 설치된 군고구마를 굽는 기계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고구마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따르면 고구마 가격은 최근 5년간 계속 오르고 있다.
2015년 1월 첫째 주 10kg 한 상자에 2만 원대였던 고구마 가격은 2016년 3만690원, 2017년 3만5825원으로 올랐다. 2018년 1월에는 4만8000원대까지 올랐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고구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해마다 줄어드는 생산량과 연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구마 생산량은 1990년 약 43만t에 달했다. 그러다 2017년 약 32만t까지 감소해 25%나 줄었다.
이런 상황은 군고구마 장사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군고구마 장사는 고구마를 구울 수 있는 기계 등 설치비용과 인건비 등이 투입된다.
군고구마 리어카는 3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또 LPG 가스는 3만 원 선에 구매해야 한다. 수십만 원을 들여 노동력을 투입하고 장사를 해도 △인건비 △매해 오르는 고구마 가격으로 인해 소위 '길거리 군고구마 장사 사업'은 위험부담이 큰 사업군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반면 대형마트 출입구에 위치한 군고구마 기계는 이런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마트에서 운영·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매하는 군고구마는 1개당 2000원, 3개는 5,000원이다. 투자 대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고 결국 군고구마 장수들은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30대 후반 직장인 B 씨는 어릴 때 추억 하나가 사라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학창 시절 길에서 푼 돈을 모아 뜨거운 군고구마를 입으로 불어가며 먹던 기억이 있다"면서 "단순히 맛 보다는 그때 그런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40대 초반 직장인 C 씨는 "군고구마 아르바이트도 그 시절에는 많이 했다"면서 "군고구마가 너무 뜨겁게 익어서 고구마 껍질이 막 타고 그랬었는데, 그 껍질도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도 군고구마 장수들은 마주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고구마(밤,상품) 10kg의 도매가격은 2만6000원이다. 이는 1주일 전 대비 2만5000원보다 4.0% 상승, 1년 전 대비 3만9080원보다 33.5% 하락, 일 평년 대비 2만5933원보다 0.3% 상승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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