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도 플라스틱이네요. 생각도 못 해봤어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A(23) 씨는 '플라스틱 장식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 씨는 "오전에 선물을 사러 명동에 다녀왔는데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다"며 "백화점들은 건물 외벽을 아예 전구로 장식하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네'라고만 생각했지 '플라스틱, 일회용품이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트리 및 장식품, 포장 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용되는 대부분 장식품이 플라스틱 또는 일회용품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그린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그린 크리스마스란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그 대신 친환경 제품을 이용해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16·Greta Thunberg)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환경문제가 또다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툰베리는 미국 대표 시사 주간지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으며 1927년 이래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린 크리스마스를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트리 셰임'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트리 셰임'이란 나무(Tree)와 부끄러움(Shame)을 합쳐 만든 조어로, 나무를 베거나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통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독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년 3천만 그루의 전나무가 판매되는 독일에서는 올해 나무 임대업이 호황을 맞았다. 트리 장식용 나무들은 30유로(한화 약 4만 원)에서 120유로(한화 약 15만5000원)까지 가격으로 대여되며, 이후 다시 옮겨 심어진다.
이밖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맨체스터 등 일부 도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그린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다양한 상점들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건물 내·외부를 둘러싸는가 하면, 대형 플라스틱 트리를 설치해 두거나 각종 플라스틱 소품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몄다.
직장인 B(28) 씨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자취방 내부를 꾸밀 작은 플라스틱 트리와 오너먼트, 가랜드 등을 구매했다"며 "평소 '웬만하면 일회용품은 쓰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텀블러, 유리 빨대 등을 가지고 다니는데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왜 생각을 못 했는지 부끄러워진다"면서도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배달 일회용 용기나 카페 플라스틱 컵 말고도 이렇게 일상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일회용품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일회용품 사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 외에도 기업 등에서 자체적으로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사람들이 '플라스틱이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을 줄여야 된다'는 총론만 인식을 한다"며 "생활 곳곳에서 어떻게 줄여야 할지는 실천의 문제인데 여전히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어떻게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플라스틱이 우리 산업과 생활 모든 분야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분야별, 행사 별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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