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497세대(40대ㆍ90년대 학번ㆍ70년대생)의 대한민국 경제관에 대해 언론에 기고한 적이 있다. 497세대 이후의 세대는 그다음의 세대까지 경제적 연결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취업이나 소득, 자산까지도 연결된다. 이 글을 많은 분들이 읽으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러 모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지금의 20대는 학교에서 매일 마주치고 있으니 생각과 경제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30대의 경우도 직장과 학생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생각과 경제관을 공유할 수 있다. 50대 후반 이상의 분들은 많이 접할 기회가 없지만 여러 모임에서 생각과 경제관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의 40대 이하 세대를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고 했는데 40대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단 이러한 문제가 대학 입학, 결혼, 부동산 문제, 보육, 자녀 교육, 은퇴, 노후설계 등의 생애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 N포 세대가 있다면 일본엔 30대인 사토리 세대가 있다. 사토리 세대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경제활동 포기, 비혼, 비소비로 연결됐고 소득은 아르바이트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보다 인구 고령화가 먼저 온 일본에서는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노동공급이 줄어 고졸 및 대졸 취업률은 급상승했다. 중국에서는 경제 발전의 성과를 부동산으로 연결한 55세 이상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젊은 세대인 30대는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미국도 대공황을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로 밀레니얼 세대인 30대가 소비를 줄이고 부동산 급등에 따라 결혼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이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주 연령대별 소득, 자산이나 부채 등을 발표한다. 젊은 세대의 소득과 자산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민대차대조표상 국부에서 토지나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다. 2013년 이후 비금융자산 중에 생산자산의 증가폭보다 토지가 속해 있는 비생산자산의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증가된 자산의 원천은 본인의 소득에서 오거나 부채에서 와야 한다. 그런데 40대 이전 세대는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시점,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같은 현상이 이미 40대 이전 세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지만 생애주기별이나 시계(time horizon)로 볼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은 최근 상대적으로 공정성이 높은 정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시를 줄이는 가운데 전국 단위 모집을 하는 일반고까지 폐지할 필요는 없다. 교육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으려면 1가구 2주택 이상 가구에 대해 공급 측면의 재개발 및 재건축, 시가 기준의 100% 초과이익환수와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 요즘 "남자는 결혼하면 집이 없고,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보육이나 자녀 교육은 공정성과 다 같이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 소비를 일으키는 요인 중 임금 외에도 자산의 이전, 미래 예상소득 등이 될 수도 있다. 자산의 이전이 젊은 세대로 발생하려면 개인에 한해 상속세는 그대로 두되 증여세 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하고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증여하는 부모세대나 받는 자식세대 사이에 자산 이전이 발생할 수 있고, 다른 국가와 다르게 3포 세대에서 2포 세대, 1포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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