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찬 고려대 교수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비록 포이즌 필은 아니지만 경영권 방어용 전환우선주 등이 한국에 이미 도입돼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영권과 지배권 인수 위협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 복수의결권을 기업에 허용해주면 총수들의 지배력을 영속화할 수 있다."
8일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국내기업의 지배구조 주요 이슈와 정책방향'에 참석한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앞으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는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9년간의 상장사의 공시를 통해 분석해보니 적대적 공개매수 시도는 고려포리머의 에스비엠 인수 시도 건 한 번뿐이었는데, 이마저도 백기사 때문에 실패했다고 환기했다. 위임장 대결은 35건(31개사) 시도됐는데, 외국인과 소액주주는 각각 2건, 7건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1건(SIB코리아홀딩스→한국기술투자), 소액주주 1건(소액주주모임→ 경남제약 )만 각각 성공했다. 사실상 적대적 공개매수, 이사회 장악 목적의 위임장 대결 등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과거 소버린의 SK이노베이션 (옛 SK), 칼 아이칸의 KT&G , 엘리엇의 삼성물산 과 현대차 등 상대로 한 주주행동주의도 대부분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권 위협이 아닌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행위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업 경영진 내부 지분율이 올해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 기업 평균 57.5%나 될 만큼 높고, 정관상 경영권 방어수단이 워낙 많으며, 공개매수나 위임장 대결 상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등의 어려움 등이 존재하는 만큼 기업에 경영권 위협을 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정관상 경영권 방어수단은 임원해임요건 강화, 황금낙하산, 이사 수 상한, 전환우선주, 의결권 배제 주식 등이다.
오히려 복수의결권을 기업에 허용해주면 총수들의 지배권을 영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통해 기업 총수들의 사익 편취도를 계산해보니 지금도 경영권 프리미엄 부과율은 49~68%나 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워낙 (경영진과 우호지분의) 지분율이 높아서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이사 후보를 진출시킬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황제경영'이 일어나 외환위기를 자초했는데, 아직도 이뤄지는 이유는 이사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를 결정한 뒤 이사회에 지시하는 식으로 뜻을 관철하는 총수 등 경영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재계에서 경영권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포이즌 필' 도입국도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4개국에 불과한 만큼 "전혀 글로벌 컨센서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이즌 필을 시행 중인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기업과 블랙록 같은 세계적인 패시브펀드에 헤지펀드의 액티비스트(activist)가 주주행동(engagement)를 하기 때문에 총수 지분율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한국의 사정과 많이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선 포이즌 필을 도입해도 미국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한한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정부 발표대로 (허용 후)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창출한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며 "앞으로 벤처기업 오너가 지금의 '총수'처럼 돌변할 수 있으며, 기존 대기업들이 형평성 논란을 주장할 경우 정부가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지침) 시행을 통해 자본시장 건전성이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국민연금공단이 저리로 정부 재정에 대여한 예 등을 보면 연금사회주의의 경고를 (국민연금이)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좌우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으로 해석한다면,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장"이란 전제를 폈다.
그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기금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면 원칙적으로 미래의 납세자(잔여 청구권자)가 이사회를 통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차선책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 '옥상옥'으로 지적하는 민간 상근전문위원 3명 카드에 대해선 "외부전문가를 임명하는 방식이 기존과 똑같기 때문에 '대리인 문제(수탁자가 투자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권한을 이용하거나 단기 투자를 하는 행위)에 대한 제도적 대책은 아직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민간 상근전문위원을 지정할 때,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지명한 민간전문가로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위추위가 시행령 자격요건을 갖춘 20~30인가량의 후보군을 확정해 기금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추천하면 기금위원장이 비상근 기금운용위원과 협의해 후보군 중 9인의 위원을 정해 위촉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들었다.
장기적으로는 기금위를 전문가 조직으로 개편하기 위해 독일식 이원이사회 체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입자 대표 추천 인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감독위원회를 구성하고, 감독위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기금운용으로 추천한 뒤 복지부 장관이 위원 선임을 해야 한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감독위원이 기금위 이사회를 감시하는 방식을 시행해 국민연금의 운용 전문가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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