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싸이월드는 저물었나…'미니홈피 제국'의 흥망성쇠

프리챌 유료화 실패·1인 SNS 시대 맞물려 10년간 전성기
해외진출 좌절, 개인정보 유출 등 침몰 전조
모바일 시대 적응 못해 쇠락…뉴스Q·블록체인 등 신사업 줄줄이 실패
부활 가능성은 '글쎄'…불안함에 남은 이용자마저 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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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싸이월드가 도메인 주소도 잃어버리며 폐쇄위기에 처했다. 사용자들은 동요했다. 그 동안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들을 백업할 시간을 달라며 국민청원을 요구할 정도였다. 요란스런 소동 끝에 복구됐지만 부활을 뜻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싸이월드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이탈에 동참하는 행렬이 늘고 있다. 한 때 페이스북 대항마로 회자됐던 '국민 소셜네트워크(SNS)'라는 호칭이 무색한 모양새다.


◆'일촌'으로 전국민 연결…月 2000만명 접속 '국민SNS'=가입자 3200만명, 월 접속자 2000만명을 기록했던 싸이월드는 명실상부 국민SNS였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지난해 월평균 이용자수(모비데이즈 조사 기준)가 각각 910만명, 88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독점' 수준의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시작된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오히려 서비스 접을 위기에도 몰렸었다. 미니홈피 출시 이후의 성공도 온롯히 싸이월드 자체 역량 때문은 아니었다. 2001년 당시 '커뮤니티'라는 SNS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프리챌이 유료화를 시도하자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었던 프리챌 입장에선 고심 끝에 내놓았지만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을 넘지는 못했다. 또한 내부에 다른 콘텐츠에 대한 결제를 유도하는 '인앱 결제'와 같은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프리챌 커뮤니티 화면(출처=아시아경제DB)

프리챌 커뮤니티 화면(출처=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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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싸이월드는 대세를 탔다. 공동체 개념이 큰 커뮤니티보단 1인 계정 중심 미니홈피로 SNS 전성시대를 열었다. 프리챌 탈퇴, 디지털카메라 보급 확대 등의 시대적 배경도 싸이월드에게 유리했다. 미니홈피를 꾸미는 캐릭터, 음악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판매하며 안정적인 수익원도 확보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인수 후 PC메신저 네이트온과 연동하자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니홈피를 안 꾸미는 사람은 있어도 미니홈피 자체가 없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모바일 시대 갈피 잃고 좌초…블로그, 해외진출 모두 실패=PC시대 10년 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모바일 시대 적응에는 실패했다. 사실 불안의 전조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니홈피가 제공하는 콘텐츠 구성 공간의 한계가 점점 성장하는 블로그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2007년 '홈2'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해외 진출도 실패했다. 2005년부터 미국, 일본, 대만, 독일 등 8개국에 꾸준히 진출했지만 모두 외면당했다. 폐쇄성과 지나친 현지화로 싸이월드 고유의 특성마저 지키지 못했다는 평이었다. 2011년 페이스북, 트위터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 해외시장 개척은커녕 당장 내수시장부터 집중해야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 오히려 대형 악재가 터져버렸다.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운영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 전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후부턴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바일 중심으로 SNS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회사였던 2014년엔 모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와도 결별했다.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했지만 이미 떠난 사용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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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 등장했지만…연이은 악수 끝에 '침몰'=위기에 처한 싸이월드를 구하겠다는 이가 등장했다. 미국의 동영상 기반 SNS업체 '에어라이브'였다. 를 운영하는 에어라는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는 프리챌을 창업하고 무리한 유료화로 몰락시킨 전제완 현 싸이월드 대표였다. 전 대표는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내세우며 싸이월드 부활을 예고했지만 실패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TV 등 국내 경쟁자조차 굳건한 상황에서 무리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2017년에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큐(Q)'를 내놓았다. 삼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업계가 다시 한 번 재기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용하진 않더라도 그만큼 많은 이들의 추억이 서린 만큼 애정을 갖고 지켜봤다. 하지만 전제완 대표는 뉴스Q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너도나도 뛰어들던 가상통화(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자체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하며 블록체인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이내 곧 외면당했다. 서비스의 구체적인 실체는 없었고 개발 진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암호화폐 사업도 부진하고 싸이월드 본연의 서비스도, 뉴스 서비스도 모두 뒷전에 몰렸다.


내부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내부 자금은 바닥나 임금체불이 수개월 째 이어졌다. 인력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일부는 전제완 대표를 고소하기도 했다. 뉴스 콘텐츠 제공 언론사들로부터는 자산 가압류도 당했다. 지난 11일에는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 모두 접속이 끊기는 사고도 일어났다. 하지만 복구 인력조차 부족해 며칠 째 접속 불가 상황이 이어졌다. 몇만원 수준에 불과한 홈페이지 유지비용까지 내지 못해 '싸이월드닷컴(cyworld.com)'이라는 주소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상화 예고했지만…오히려 고객 이탈 가속=싸이월드는 지난 15일 새벽 싸이월드 주소 소유권을 1년 연장하고 서비스도 일부 복구했다. 새 만료기간은 내년 11월12일까지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앱과 홈페이지 접속도 일부 재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서비스 지속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사고로 싸이월드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여전히 싸이월드 경영 상황이 불안한 만큼 접속될 때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들을 빼돌리고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 Q 서비스는 생각보다 상당한 지표가 나와 수억원 수준의 매출은 충분히 올릴 수 있었다"며 "블록체인에 서둘러 뛰어들지 않고 뉴스Q를 기본으로 차근차근 성장시켰으면 이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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