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전한 유리천장, 女 임원 단 4%

상장법인 2072곳 조사
68% 1704곳은 한 명도 없어

'부회장' 직책 대다수 소유주 일가

이사회 내 여성 인원 비율 세계 최하위
남녀 고용률 차이 줄어들지만 임원 비율 상승 불투명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서로 다른 상장기업 임원 열 명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모두 남성일 것이다. 임원 100명이 모여야 여성 4명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시이오(CEO)스코어에 의뢰해 상장법인 전체(2072개)를 대상으로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상장법인 전체 임원 2만9794명 중에 여성 임원은 1199명(상무 이상)으로 4%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결과는 전체 상장사 중 67.9%(1407개)는 아예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전체 임원 수가 183명에 달하는 SK하이닉스 여성 임원은 0명, 기아차는 157명 중 1명, KCC는 118명 중 2명이었다. 여성 임원이 55명으로 가장 많은 삼성전자도 그 비율은 겨우 5.2%였다. 현대차 여성 임원 비율은 0.9%, LG전자는 2.1%에 그쳤다. 한편 '부회장'이란 높은 직책에 오른 여성은 31명이나 됐는데, 알고 보니 대다수(26명)는 소유주(오너)일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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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여성 임원 비율은 세계 꼴찌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낸 '젠더 3000 보고서'를 보면 한국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3.1%를 기록, 최하위로 세계 평균(20.6%)과 큰 차이가 났다. 전 세계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2배 증가했지만 한국은 2016년 이후 0.8% 감소했다.


여성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남녀 고용률 차이는 19.9%포인트로 그 간격이 계속 줄어들고 여성 관리자 비율도 20.6%로 높아졌다. 이러한 수치가 남녀 임원 비율을 좁히는 것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직장 내 성차별과 보육 문제 등 여성의 경력을 단절 시키는 여러 현실들은 여전히 타파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낮아지고 있는 출산율(0.98명)은 직장에서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여성들의 슬픈 해법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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