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링링'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초강력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향해 빠르게 북상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했다. 북한이 자연재해 대비를 위해 중앙군사위를 소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심각한 태풍피해는 통치력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위기를 잘 극복할 경우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태풍이 김정은 체제의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우리 나라의 전반적 지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는 태풍13호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비상확대회의를 9월 6일 오전 긴급소집하고 국가적인 비상재해방지대책을 토의하였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태풍피해 방지에 군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작물·전력생산 부문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시하는 한편, 자신의 역점 사업인 관광지구의 피해 최소도 당부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태풍13호에 의한 피해를 미리막기 위한 투쟁에로 전당, 전군, 전민을 총궐기시킬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면서 "전력공업부문이 특별히 각성하여 태풍피해를 미리막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제일 큰 피해를 입을수 있는 농업부문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언급하시였다"고 전했다.
또한 "최고영자동지께서는 삼지연군꾸리기건설장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건설장을 비롯한 중요대상건설장들에서도 인원과 건설장비, 건설물들의 피해막이대책을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링링'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
원본보기 아이콘이처럼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방위적인 태풍대비태세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이번 태풍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태풍 대비를 위해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신속하게 개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이번 태풍이 강력하고, 경로가 북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확대해석하면 김정은 정권의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번 태풍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제개발5개년전략을 이행하기 어렵고 이는 곧 하노이 트라우마 이후 어렵게 복원한 통치력에 치명타를 줄 위기가 될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농업생산력을 끌어올리고, 관광지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개장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찾아 현지지도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고, 경제발전이 발목에 잡힌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식량생산량이 10년새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태풍으로 인한 작황 피해는 심각한 인도적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리더십을 더욱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일에도 북한 노동당은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을 통해 김 위원장의 '희생정신'과 '애민정신'을 강조하며 김정은 우상화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경우 통치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번 태풍 대비를 위해 소집한 회의가 '중앙군사위'라는 점도 눈에 띈다. 김 교수는 "태풍대비를 위해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한 것은 최근 각종 건설 등 북한의 경제분야에 군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전역에 정전과 시설파손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인천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24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제주와 광주·전라 지역에서 전날부터 모두 3만 1695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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