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필로폰이 구급약?

뇌졸중·뇌출혈 등 심혈관계 질병 막는다는 소문…값도 싸 집집마다 구급약처럼 조금씩 보관

북한의 성인 남녀 2명이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불에 태워 연기를 들이마시는 모습. 동영상은 탈북자 단체 ‘NK지식인연대’가 2010년 12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사진=NK지식인연대).

북한의 성인 남녀 2명이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불에 태워 연기를 들이마시는 모습. 동영상은 탈북자 단체 ‘NK지식인연대’가 2010년 12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사진=NK지식인연대).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북한의 간부들이 최근 비상시 사용할 수 있게 순도 높은 마약을 구급약처럼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0일 보도했다.


북한 내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평안남도 순천의 경우 순도 높은 A급 '얼음(필로폰)' 1g이 20달러(약 2만4000원) 수준에서, 일반 순도의 필로폰 1g은 15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필로폰 1g이면 한 사람이 보통 10회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필로폰 가격은 남한이나 중국 등지에서 암거래되는 가격보다 수십배 싼 셈이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필로폰이 기호품ㆍ상비약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당국이 아무리 통제하고 처벌을 강화해도 마약 거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로폰의 흰색 결정을 은박지에 올려놓고 가열하면 흰 연기가 난다. 이를 코로 흡입하면 심신이 상쾌해지고 호흡중추가 흥분돼 환각ㆍ정신분열을 일으킨다.

북한에서는 이런 효과로 뇌졸중ㆍ뇌출혈 같은 심혈관계 질병을 막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탈북 남성은 "북한 주민들이 필로폰을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정도"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구급약을 구하기가 힘들다"며 "따라서 집집마다 필로폰을 구급약이나 상비약처럼 조금씩 보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RFA는 지난 2월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필로폰 제조업자들이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단속을 피해 필로폰 대량 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이로써 마약에 중독되는 북한 주민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과거에는 도시를 중심으로 필로폰이 많이 팔렸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이나 오지까지 필로폰 판매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소식통은 "필로폰을 제조 혹은 판매하다 적발되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지만 필로폰 장사로 일확천금할 수 있는데다 찾는 사람이 많아 필로폰 제조ㆍ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