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68년 만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안내판을 통해 고(故) 장시화 목사님, 고(故) 김영옥 대령님의 높은 뜻이 더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길 바랍니다”
19일 용산구 삼각지성당 앞 경천애인사 아동원(敬天愛人社兒童園) 터 안내판 제막식에서 아동원 출신 장홍기(87)씨가 이같이 말했다.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한국전쟁 발발 69주기에 맞춰 경천애인사 아동원 터(한강대로62다길 17-5) 안내판을 제작·설치했다.
경천애인사 아동원은 한국전쟁 시기에 세워진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아원이었다. 1951년 고(故) 장시화 용산교회 목사가 삼각지에 있던 병원, 인근 건물을 활용, 아동원을 차렸고 미 7사단 31연대 1대대장 고(故) 김영옥(1919~2005년) 대령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4년 간 전쟁고아 500여명을 돌봤다. 이후 부지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동원은 해체됐고 아이들은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안내판은 가로 48㎝, 세로 170㎝ 크기다. 숙명여대 캠퍼스사업단(역사문화학과)이 고증, 작성한 문안에 당시 사진을 더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19일 오전 11시 삼각지성당 앞에서 열린 안내판 제막식에는 성장현 구청장과 경천애인사 출신 장홍기 ·김정옥씨 부부, 고 장시화 목사의 아들 장성 목사,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저자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지역 주민 등 50명이 참석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천애인사 아동원 출신 어른들이 이곳을 찾아 옛 추억에 잠긴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분들이 어디 계시든 건강하게 생활하기 바라며 기회가 되면 꼭 한번쯤 용산을 다시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우성 이사장은 “역사를 기록하는 이유는 좋은 역사를 계승하고 가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경천애인사 아동원이 세워지고 유지됐던 소중한 인도주의 정신이 계승,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내판 설치는 구가 지난 3월부터 이어온 ‘용산 역사문화명소 100선 안내판 제작사업’ 첫 번째 성과물이다. 구는 이곳 외 ‘백범 김구 선생의 못 다 이룬 꿈’ 건국실천원양성소 터(원효로2가 73) 안내판도 함께 세웠다.
구는 내년까지 역사문화명소 100선 안내판 설치를 모두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가미, 독립운동사·한국전쟁·미군부대 흔적 등 주제별 탐방 코스와 안내 책자도 마련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기존에 안내판, 표석이 설치돼 있던 문화유산 52곳에 더해 김상옥 의사 항거터, 함석헌 선생 옛집터 등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유산 48곳을 추가, 명소 100곳을 채우고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구가 지역 내 문화유산 찾기에 나선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용산구 문화재(2012)',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2014)', '용산을 그리다(2015)', '용산기지 내 사라진 둔지미 옛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2017)', '역사문화도시 용산 길라잡이(2018)' 등 관련 서적을 여러 차례 발간, 자료를 업데이트 해 왔다.
명소 100선 안내판 설치는 그간 연구 성과를 갈무리하는 과정이다. 명소 선정 기준은 역사, 문화, 학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건·인물과 관련된 장소나 유물이 위치한 곳으로 근현대 유적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구는 용산역사박물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한강로동 옛 철도병원 부지(한강대로14길 35-29)에 박물관을 짓는다. 지하 1~지상 2층, 연면적 2429㎡ 규모다. 용산구 문화체육과(☎2199-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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