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극단적인 이상기후와 박테리아 확산으로 시장에서 이탈리아산 고품질 올리브유가 사라지고 있다. 때 아닌 서리와 박테리아 질병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올리브 농가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고품질 올리브유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18만5000톤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올리브 생산자를 대표하는 올리비콜라 대표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이탈리아산 올리브 열매를 압착해 만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스페인산 올리브유보다도 고급으로 여겨지는 제품이다.
지난 2월 기준 이탈리아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가격은 톤당 5861달러로 직전해보다 37% 증가했고, 스페인산 올리브유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올리브유 가격차이는 역대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리브 생산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지난해에도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2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는 등 한파가 찾아왔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이 유럽을 강타했고, 10월에는 강풍과 호우로 10년 만에 베니스가 잠기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함께 이탈리아 농가를 휩쓴 포도피어슨병균(Xylella fastidiosa) 역시 또 하나의 이유다.
유럽-지중해 기후변화센터의 리카르도 발렌티니 소장은 "올리브나무는 급격한 날씨변화에 취약하다"면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올리브 생산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렌티니 소장은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계속되면 이탈리아에서 올리브를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올리브 농가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농민들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노란 조끼(Gilets Jaunes)'를 모방해 '오렌지 조끼'를 입고 로마의 거리로 나섰다. 이탈리아 농민들은 "매우 심각한 문제인 서리와 질병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가는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며 "비상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