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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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나 황당한 예방법을 꼬집은 방송 프로그램에 제재조치가 내려지면서 '재갈 물리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MBC 예능 프로그램'무한도전'에 '의견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달 13일 방송분 가운데 '무한뉴스-건강합시다' 코너를 통해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하면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당시 진행자 유재석은 "메르스 예방법으로는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나 낙타우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이 부분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메르스 감염 예방 기본수칙에는 "중동지역 여행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라고 돼 있는데 무한도전에선 위험 지역을 '중동'으로 한정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샀고 이 때문에 국내 염소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방송 이후 국내 농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무한도전 측은 "낙타나 염소, 박쥐를 접촉하지 말라는 정부의 메르스 예방법이 말이 안 된다는 게 포인트지만 제작 의도와 달리 농가가 피해를 입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한도전 측은 재방송에서는 해당 부분을 편집한 뒤 방송했다. 하지만 방심위의 이 같은 결정에 시청자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풍자나 해학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에 더해 정부와 관련된 내용을 통제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상토론'에 이어 '무한도전'까지 제재 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네티즌은 "농가가 걱정돼서 내린 조치가 아니라 청와대를 걱정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다른 네티즌은 "2015년,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1970~80년대의 상황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정부 비판을 멈추게 하려는 재갈물리기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진=KBS2 '민상토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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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25일 정부의 메르스 부실 대응을 풍자한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인 '민상토론'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14일 '민상토론' 출연진은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을 모른다는 건가", "정부가 뒷북만 쳤다는 건가" 등의 발언을 했다.
방송 이후 대표적 보수논객인 변희재씨는 "'민상토론'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방심위는 회의를 소집해 '의견제시' 3명, '문제없음' 2명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민상토론'이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봤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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