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불패 서울도 지난달 미분양 719가구
고금리 시대 대출 낀 주택 매수 부담
자금부터 마련 뒤 매수타이밍 고민해야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최고 7%대까지 치솟는 등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뒤 고민)’보다는 자금 마련 후 매수에 나서는 ‘선돈후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청약 불패로 여겨지는 서울 청약 시장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하락기의 기로에 선 지금, 대출을 낀 섣부른 매수는 집값 하락에 대한 심리적 압박, 대출 이자 부담 증가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안개 속 장세에선 내 집 마련은 필수보다는 선택이라며, 돈을 먼저 마련해놓고 매수 적기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719가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서울 미분양 주택은 1~2월 47가구에서 3월 180가구로 급증한 뒤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 등 매달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약 불패지역으로 불리던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 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급등한 집값에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유행어가 됐던 ‘선당후곰’ ‘묻지마 청약’도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로 옛말이 됐다.
고금리 시대에는 오히려 선돈후곰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높인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7월부터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의 예측대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에 도달할 경우 주담대 금리는 곧 8%, 신용대출은 9%대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을 껴안고 집을 매수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이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 살 돈이 없는데 타이밍을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지금은 선돈후곰, 즉 돈을 먼저 마련해놓고 나서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시장 빙하기와 금리 인상기가 맞물린 시기에는 집값의 추가하락이 우려되는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이자 상승폭에 따라 달라지므로 매수 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안갯속 장세에선 집은 필수보다는 선택"이라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매수자는 일단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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