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3기 신도시 철회 없는 국토부 장관의 간담회는 타오른 불에 휘발유를 확 끼얹은 행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1ㆍ2기 신도시 교통 대책을 추가로 공개하자 일산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게시자는 "서북부 주민들을 통한 정권의 레임덕이 얼마나 빨리 오는지 보여주마"라는 경고도 보냈다.
김 장관의 이날 기자간담회는 최근 버스파업 사태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15일 출입기자들에게 날짜가 공지됐다. 통상 정부 부처 장관 기자간담회의 경우 일정 조율을 위해 한달 정도 시간을 갖고 날짜를 잡는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이번 간담회는 일주일 전에 간담회 날짜가 통보된 것이다. 게다가 김 장관이 2017년 9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연 이후 1년 8개월 만에 출입기자단과 만나는 자리였다.
그는 이날 '코너 속의 코너'라며 미리 준비한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망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일산 등 1ㆍ2기 신도시 주민들의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집회가 거세지면서 서둘러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산 연장과 대곡~소사선 일산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2023년 내 완공, 서울~일산 간 지하차도 신설 등 자신의 지역구인 일산지역에서만 여러 건의 교통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번 대책에서 포함된 인천지하철 2호선 일산 연장의 경우 2량 열차인 만큼 이용객이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김현미 장관이 꼬마차를 선물로 줬다"는 조롱이 나오는 등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김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설을 비롯해 고향인 전북 출마를 위한 주소 이전설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구인 일산서구 인근인 고양시 창릉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한 이후에는 총리설까지 나왔다. 여의도 안팎에선 이미 청와대 행정관이 일산서구에 출마할 것이라며 실명까지 돌고 있다. 김 장관은 "(국토부가) 개발사업이 굉장히 많아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 "나라를 운영하라고 맡겨 놨는데 지역을 신경쓰는 것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 지역구 행사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내년 총선에서 일산 아닌 다른 지역 출마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거취를 못 박기도 했다.
그간 총선에선 정치인들이 "백의 종군하겠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사례가 왕왕 있었다. '뜸금 없는' 불출마 선언을 뜯어보면 지역구 민심 악화로 인해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 장관이 이런 우(愚)를 범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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